[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계에 또 다시 악몽이 시작됐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극장가에는 발길이 뚝 끊겼고 개봉을 앞둔 신작들 역시 속속들이 개봉을 연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은 바 있다. 6월 이후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살아있다’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한국영화들이 다시 활기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부터 열흘 연속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영화계에도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 발등에 불 떨어진 9월 신작들

영화 '승리호' 스틸./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당초 여름 개봉을 미루고 하반기 개봉을 확정한 영화들은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 송중기 주연 우주 SF영화 ‘승리호’는 여름 개봉에서 추석 개봉으로 노선을 바꿨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9월 23일 추석 시즌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아직 개봉일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승리호’ 측 관계자는 “9월 23일 개봉을 변경하지는 않았다”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측은 지난 21일 “고심 끝에 개봉일을 10월로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당초 8월부터 개봉을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9월에서 다시 10월로 개봉을 변경하게 됐다.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다.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등이 출연했다. ‘점쟁이들’ ‘차우’ ‘시실리 2km’의 신정원 감독의 신작이다.

외화 ‘고스트 오브 워’ 역시 “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피해 및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8월 26일에서 9월2일로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고스트 오브 워’는 2차 세계대전 중의 1944년, 나치 고위 지휘부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한 저택에 도착한 미군 부대원들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밀리터리 스릴러다.

이 외에도 ‘오! 문희’ ‘담보’ ‘디바’ 등 9월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은 큰 고심에 빠졌다. ‘담보’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점점 심각해져서 큰 일”이라며 “개봉일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 난 게 없지만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 제작 중인 작품들도 연이어 촬영 중단

박서준(왼쪽)과 아이유./한국스포츠경제DB.

개봉 예정작 뿐 아니라 현재 촬영 중인 작품들 역시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자 박서준과 아이유(이지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드림’은 해외 촬영을 두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과 별개로 국내 촬영분은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지난 17일 마쳤다”며 “촬영하는 동안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된 상황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남아있다. 이 부분은 제작진, 배우들과 논의를 거쳐 촬영을 이어갈 계획으로 각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라고 했다.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중단됐다. ‘오징어 게임’은 오징어 모양을 이루는 동그라미·세모·네모 도형 그림 위에서 공격자와 수비자가 대치하며 펼쳐지는 어린이들의 동명의 골목 게임을 제목으로 한 영화다.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외에도 한국에서 제작 중인 콘텐츠 촬영을 모두 중단한다. 넷플릭스는 “국민 안전을 위한 정부의 권고사안과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모든 콘텐츠 제작 일정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상황에 따라 제작의 진행 여부가 영향을 받겠으나 창작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개를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악몽으로 영화계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신작들은 개봉을 앞두고 이미 홍보마케팅 비용이 지출된 상황 속 개봉 연기에 따른 비용 손실도 감당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언제쯤 종식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의지를 더욱 꺾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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