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허리 숙여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시즌 KBO리그에 ‘역대급’ 꼴찌가 나타났다. '8-8-6-8-9-9-6-9-8-3-9.' 무슨 비밀번호 같은 이 숫자는 이 팀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기록한 순위다. 꼴찌만 5번을 했고, 2018년 한번 가을야구에 갔을 뿐 성적은 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18연패 기록과 타이를 작성하며 올 시즌에도 '꼴찌'로 처졌다. 하지만 팬덤은 두텁다. 특유의 '육성응원'을 자랑하며 KBO리그에서도 손꼽는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눈치 챘겠지만 '최.강.한.화' 한화 이글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26일 기준 한화는 모두 90경기를 소화해 25승 1무 64패 승률 0.281를 기록 중이다. 승률 0.281는 프로야구 39년 역사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저조한 기록이다. 한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은 2002년 롯데 자이언츠다. 승률 0.265로 바닥을 찍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사직구장 외야를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아저씨 '짤'(사진이나 짧은 영상), 외야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짤 등이 모두 이 무렵 완성됐다. 또한 롯데는 2002년 16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참고로 롯데는 2003년에도 15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1982년 원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프로야구에 꼴찌와 그 앞의 팀이 승률 0.350을 동시에 넘지 못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그 기록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한화와 승률 0.344의 SK 와이번스가 꼴찌 탈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50여 경기 남은 만큼 예단할 수는 없지만 8위 삼성 라이온즈의 승률이 0.467임을 고려할 때, 한화와 SK가 최종 9위와 10위에 자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역대급 꼴찌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역대급 꼴찌 전쟁을 펼치고 있는 SK 박경완(왼쪽) 감독대행과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 모습. 연합뉴스

역대 최저 승률은 1982년 삼미가 세운 승률 0.188(15승65패)이다. 2위는 양대리그로 진행됐던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기록한 승률 0.244(28승97패7무)다. 하지만 삼미와 쌍방울 모두 선수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다는 점은 올 시즌 한화나 SK와 다르다. 특히 쌍방울은 IMF(국제금융기구) 사태로 팀의 주력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로 팔아 가까스로 팀을 유지했다. 국내 10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한화나 SK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불행 속 다행스러운 부분은 최근 한화와 SK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는 점이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박경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한화는 최근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SK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로 비교적 선전했다. 한참 좋지 않았을 때 보였던 허무한 패배가 사라졌다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다. 주축 멤버들이 중심을 잡으면서 ‘꼴찌는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두 팀이다. 
 
물론 한화와 SK의 성적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시즌은 현재진행형이고, 두 팀 모두 선수층이 그리두껍지는 않다. 26일 기준 꼴찌 한화와 9위 SK의 승차는 6게임이다. 9위 SK와 8위 삼성의 승차는 무려 11게임이다. 과연, KBO리그 ‘역대급’ 꼴찌 전쟁이 극적인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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