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형 유지되면 이 회장 중심 부영, 경영 불확실성
공동경영 체제 운영 중이지만 실적 좋지 않아
이중근 부영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수천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27일 내려진다. 만약 2심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영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중근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이 회장은 지주회사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고 부영이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사실상 1인 회사 체제인 셈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오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 회장은 4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해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그는 일가소유 부실 계열사에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과정에서 분양전환가를 부풀려 서민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안긴 혐의를 받는다. 또 매제에게 188억원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하고 부인 명의 업체를 통해 계열사 자금 15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구속하진 않았다.

2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영 주식 관련 배임 부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유죄 부분은 1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다만 보석결정을 취소하고 이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은 부영의 사실상 1인 주주 및 최대주주이자 기업집단 회장으로서 자신의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들과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유죄로 인정된 횡령과 배임액 합계는 약 518억원에 달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만약 내일있을 상고심에서도 2심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부영그룹의 오너리스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1인 주주체제인 부영그룹 지배구조에서 이중근 회장의 입김은 막강할 수 밖에 없다.

부영도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안을 마련했다. 지난 2018년 이 회장이 구속되자 같은 해 5월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회장 직무 대행으로 선임했다. 

이후로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영입했다. 또 8월에는 이용구 전 대림산업 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해 기술·해외 부문을 맡겼다. 현재 부영그룹은 3인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해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지도 벌써 2년6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부영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줄곧 10위권에 머물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부영주택은 작년까지 15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26계단 하락하면서 41위에 그쳤다. 상위 50위권 건설사 중 가장 하락폭이 컸다. 시평액은 2조503억원대에서 9857억원으로 약 1조원 급락했다.

이 배경에는 영업손실이 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40억원 감소한 10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사수익 감소도 시평 순위 하락에 일조했다. 부영주택의 공사수익은 2018년 702억원에서 2019년 45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부영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부진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음에 따라 오너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규제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에너지와 배터리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부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적은 편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결정권은 오너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건설사 중 신사업을 안하겠다 하는 곳은 한곳도 없다"며 "그러려면 대규모 투자나 M&A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결정은 오너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부영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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