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트 쿠만 바르셀로나 감독의 세대교체가 숱한 뒷말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FC 바르셀로나의 신임 사령탑 로날트 쿠만의 칼춤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거론된 쿠만의 살생부는 충격적이다. 아르투로 비달(33), 이반 라키티치(32), 사무엘 움티티(27), 주니오르 피르포(24), 그리고 ‘역대급’ 공격수로 평가 받는 루이스 수아레스(33)까지 쿠만 감독의 구상에서 빠져 있다. 또한 헤라르드 피케(33)와 세리히오 부스케츠(32), 세르지 로베르트(28) 역시 다음 시즌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2004년 이후 오직 바르셀로나 유니폼만을 입었던 리오넬 메시(33)가 이적을 요청하며 쿠만 감독의 세대교체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 팩스로 이적 요청한 메시, 왜?
 
바르셀로나의 심장이자 영광의 주인공인 메시가 이적을 요청했다. BBC는 26일(이하 한국 시각) 메시가 구단에 팩스로 이적 요청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메시의 이적설은 최근 급물살을 탔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8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데 이어 프랑크 레이카르트(58) 전 감독이 이끌던 2007-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바르셀로나는 세대교체를 위해 에르네스토 발베르데(56) 감독을 경질하고 쿠만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앉히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BBC는 “메시가 이적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구단이 보인 행정은 메시의 뜻과 어긋난 것이 많았다. 메시는 네이마르가 돌아오길 바랐고, 발베르데 감독의 유임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계약할 필요가 없던 앙트안 그리즈만을 영입한 것도 불만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 구단에 이적을 공식 요청했다. 연합뉴스

◆ 메시, 바르사와 ‘쿨하지 못한’ 이별할까
 
쿠만 감독은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직후 휴가 중이던 메시에게 팀 잔류를 요청했다. 메시 중심의 전술을 짤 것이며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핵심 전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시와 쿠만 감독의 사적인 대화는 이후 스페인 언론을 거쳐 전 세계로 타전됐다. 여기에 수아레스를 비롯해 절친한 팀 동료들이 모두 살생부에 오르면서 메시는 잔류보다 이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만 감독은 부임 후 수아레스와 단 1분여의 통화를 마친 뒤 직접 전력 외 선수라고 통보했다. 수아레스에게 다음 시즌을 위한 팀 훈련 일정도 공지하지 않았다. 2억 유로(약 2800억 원)에 달하는 바이아웃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아레스에게 사실상의 방출을 알렸다. 2014년 리버풀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수아레스는 6시즌 동안 198골을 기록했다. 바르셀로나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골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레전드급 활약을 했지만 잔인한 해고 통보를 받은 수아레스를 지켜보며 메시의 이적 결심도 더욱 공고히 다져진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와 법적 분쟁이 일어날 경우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메시는 2021년 6월 30일까지 바르셀로나와 계약하면서 이적조항을 삽입했다. 이적을 원할 경우 이적료 없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다만 계약 종료 1년 전인 6월 10일 이전에 이적 의사를 구단에 통보해야 한는 조건이 붙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이 조항을 근거로 메시의 이적이 불가하며 설령 이적하더라도 최소 7억 유로(약 9800억 원)의 바이아웃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메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상 상황에서 시즌이 끝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지만 메시를 영입하려는 팀은 많다. 파리 생제르맹이나 맨체스터 시티, 첼시, 인테르 밀란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옛 스승인 펩 과르디올라(49)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가장 강력한 메시의 차기 행선지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쿠만 신임 바르셀로나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렌지색 바르셀로나 그리는 쿠만
 
쿠만 감독이 그리는 바르셀로나는 어떤 모습일까. 바르셀로나 이전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했던 쿠만 감독은 바르셀로나에 오렌지색을 입히려 하고 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고 새롭게 영입하려고 하는 선수목록은 오렌지 일색이다. 
 
쿠만 감독은 올림픽크 리옹의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26)와 아약스의 도니 반 더 베이크(23), 리버풀의 조르지니오 바이날둠(30)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센터백 에릭 가르시아(19)와 발렌시아의 호세 루이스 가야(25) 수혈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쿠만 감독의 ‘폭망의 기억’이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쿠만 감독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에버턴 역사상 최다 금액인 1억7400만 파운드(약 2700억 원)를 들여 팀을 리빌딩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쿠만 감독은 에버턴의 강등권 추락을 막지 못했고, 부임 후 9경기(2승 2무 5패) 만에 경질됐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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