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관련 그래픽. /이석인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글로 사람을 죽인다.’ 바로 ‘악플(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털 네이버(Naver)가 다음(Daum)에 이어 27일부터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에 이은 조치다. 다만 댓글 서비스의 영구적 폐지가 아닌 ‘잠정 종료’다. 한국스포츠경제는 포털뿐 아니라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악플을 뿌리 뽑기 위한 기획 시리즈 <악플과 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마련했다. 악플 피해 사례와 심각성을 따져본 데 이어 이번엔 원인을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연예계에서 주로 논란이 돼왔던 ‘악플 문제’가 최근 스포츠계로 번진 모양새다. 여자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소속 선수로 활동했던 고(故) 고유민의 최근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일부에서 악플 문제를 제기하면서 포털 스포츠 뉴스 댓글 종료 등 해결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악플의 내용이 곧 악플러의 심리 상태

악플 행위의 원인은 개인적인 요인과 사회적인 요인, 크게 2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은 대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악플을 다는 행위를 통해서 감정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심리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악플을 받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자신은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고 돌아보면 주변에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기도 바쁜데 악플을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조언했다.

지난 7일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전용기(29)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악플을 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가 악플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계속 단다”고 언급했다. 전용기 의원은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그것이 ‘표현의 자유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힘주었다.

포털 네이버가 27일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종료하지만, 악플이 달릴 수 있는 온라인 창구는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악플은 연예, 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순 없다. 사회 전반의 현상이나 구조적인 문제와도 결부해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K리그1(1부) FC서울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악플 부추기는 ‘확증편향’과 ‘쏠림 현상’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확증편향(確證偏向)적 시각과 쏠림 현상은 악플 행위를 부추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확증편향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의 객관성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다.

확증편향적인 시각은 정치, 연예, 스포츠 등 뉴스의 댓글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상당수 독자들은 자신이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정치인, 연예인, 선수들의 정보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지나치거나 부정적으로 발현됐을 땐 배척이라는 심리를 갖게 되고 곧 악플을 다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쏠림 현상은 특정 부분에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남극의 펭귄 무리 중 한 펭귄이 물에 뛰어들면 같이 있던 펭귄들이 망설이지 않고 모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쏠림 현상은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 원인과도 관련이 있다.

확증편향적 시각에서 단 누군가의 악플 하나가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면 악플은 눈덩이처럼 규모가 커지게 된다. 그런데 여태까지 포털 뉴스의 댓글 서비스는 ‘공감’과 ‘비공감’이라는 기능을 통해 확증편향과 쏠림 현상을 쉽게 유발했다. 스포츠계에서도 특정 선수가 실수를 하거나 부진해 팀이 패했을 때 초반에 달리는 악플이 무차별적인 공감을 얻어 베스트 댓글이 되고, 그것이 뉴스를 읽는 당사자인 선수나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축구계를 놓고 봐도 선수 박주영(35ㆍFC서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홍명보(51), 신태용(50) 등은 악플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박주영의 경우 한동안 취재진과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다.

감독, 코치, 선수, 구단 등 스포츠계에서도 더 이상의 악플 피해자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검은 그림자’인 악플러들의 심리, 사회제도적 안전 장치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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