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대환대출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계속된 초저금리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기존 주담대 고객의 대환대출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달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완료한 케이뱅크가 이달부터 주담대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700조원 가량으로, 여기에 연 3% 금리만 적용해도 매년 21조원 규모의 이자 수입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평균치는 대략 2~4% 수준이다.

은행들의 입장에선 주담대 대환 고객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고객으로, 원금손실 우려없이 안정적인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달 들어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더 낮아지면서, 주담대 고객은 은행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고객이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오는 9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일 시작한 '얼리버드 고객 모집' 이벤트에 첫날 1000명 이상의 고객이 신청할 정도로 주담대 고객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이 이벤트는 사전 예약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케이뱅크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미리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행사다. 이날까지 신청이 마감되며, 체험 대상으로 선정된 고객은 오는 27일 문자 메시지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알림으로 대출 신청 방법과 사전 준비서류 등을 안내받게 된다. 

케이뱅크가 선보이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은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전 과정이 은행 방문 없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아파트 담보대출이 100%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은 케이뱅크가 최초로, 이미 사전 신청 고객만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금 최대한도는 5억원(대환 대출 시)이며, 금리는 최저 연 1.6%대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다만 최종 적용금리는 신청 고객의 신용등급과 금융거래정보 등을 반영해 산정된다.

현재 신한과 국민,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2~4% 수준이다. 은행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작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담대 금리 역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0.81%다.

시중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기존에 주담대를 받았던 소비자들의 대환대출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대출 상품들의 금리 차이가 1%포인트를 넘어갈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신규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이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대출을 받은 후 3년 이내에 대환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 대출에 대한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한다. 은행들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1.2%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는 매년 평균 0.4%포인트 가량 낮아지다가 3년의 기간이 지날 경우 0%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 상품간의 금리 차이가 1%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대환대출을 받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선 이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한 기존 은행들 역시 주담대 대환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시중 은행들은 대환대출 프로세스를 보다 간소화하고, 대환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의 경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리뉴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금융권 최초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른 은행의 대출을 상환할 경우, 상대은행에 직접 방문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이런 불편함 뿐만 아니라 대출금 미상환 리스크도 줄였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규제 강화 역시 은행들이 대환대출 고객 유치에 나서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주담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신규 주담대 고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고객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은행들마다 대환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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