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신구 토종 라이트 공격수들의 맹활약이 KOVO컵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20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가 26일 오전까지 팀당 조별리그 2경기씩 치른 가운데 국내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박철우(35ㆍ한국전력)와 나경복(26ㆍ우리카드), 임동혁(21ㆍ대한항공)의 손이 뜨겁다.

베테랑 공격수 박철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잡기 위해 3년간 총 21억 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과 대표팀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한 박철우의 이름값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30대 중반의 나이에 적잖은 우려도 따랐다.

그러나 박철우는 KOVO컵 첫 경기부터 간판선수다운 활약을 펼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23일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첫 경기 벤치에서 시작한 그는 1세트 중반부터 들어와 라이트와 미들 블로커(센터)를 오가며 15점을 올렸다. 25일 OK저축은행전에서도 10점을 올리며 32득점을 기록한 외인 카일 러셀(27)과 좌우 쌍포로 활약했다. ‘박철우 효과’를 등에 업은 한국전력은 조별리그 2연승을 기록했다. 장병철(44) 한국전력 감독은 “작년에는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박철우는 그런 부분에 있어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며 베스트7 레프트이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나경복은 올 시즌 라이트로 변신했다. 지난 5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레프트 알렉산드리 페헤이라(29)를 뽑아 변화가 불가피했다. 프로 입단 이후 많은 시간을 레프트 포지션에서 뛴 그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첫 경기인 23일 OK저축은행전에서 35점(공격 성공률 55.36%)를 올렸다. 25일 상무(국군체육부대)전에서도 양 팀 최다인 22점을 뽑아냈다. 63.33%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고비 때마다 혈을 뚫었고, 블로킹 3개도 곁들였다. 새 주전 세터 하승우(25)와 호흡이 매끄러워진다면 라이트 연착륙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복을 줄이고,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임동혁. /OSEN

지난 시즌까지 기대주에 머무른 대한항공 임동혁은 드디어 알을 깨고 주전 공격수로 올라설 조짐이다. 그는 2015년 제천산업고 시절 16세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며 대표팀 최연소 발탁 기록을 갈아치우며 특급 유망주로 불렸다.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리그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포지션 특성상 프로에선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외인 주포의 백업과 원포인트 서버를 맡았다. 

올 시즌엔 반드시 주전으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토 산틸리(55) 대한항공 감독의 지도 속에 일취월장했다. KB손해보험전 16점(공격성공률 53.85%), 현대캐피탈전 20점(공격성공률 62.96%)으로 펄펄 날며 산틸리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고향인 제천에서 열린 대회에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산틸리 감독은 "신체적 조건과 재능이 탁월한 선수다. 기대되는 선수다. 임동혁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드는 시작점에 섰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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