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갈등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합의, 금액 격차 커 협상 난항
ITC 건 10월 초까지 합의 불발되면 소송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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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호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벌였던 ‘배터리 소송전’에서 패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3부(부장판사 이진화·이태웅·박태일)는 SK이노베이션 등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2014년 맺은 '분리막 특허' 관련 10년간 소송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어겼다며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이다.

법원은 당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맺은 부제소 합의가 국내 특허에 관한 것일 뿐이어서 LG화학이 미국에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 2014년 10월 합의 내용에 LG화학의 미국 특허 부제소 이유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소송 중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한 소취하 절차 이행 및 간접강제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말 LG화학이 미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중 대상 특허 1건이 과거 두 회사가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양사가 2014년 ‘분리막 특허(KR 775,310)에 대해 국내외에서 더는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 LG화학이 이와 동일한 미국 특허로 ITC에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국내 법원에 소취하 청구와 함께 LG를 상대로 합의 파기에 따른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도 청구했다.

재판부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LG화학은 미국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배상금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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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음에도 양사가 첨예한 대립을 나타내고 있어 소송전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재계의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관측에는 LG화학이 지난해 5월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한 사건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6월 LG화학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는 등 양 사의 소송전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장기화는 서로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배상금을 놓고서도 LG는 수조원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는 수천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LG화학인 조단위의 배상금을 고집할 경우 합의를 포기하고 미국 ITC 결정과 연방법원의 판결까지 가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펴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내 일자리와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걸고 수입 금지까지 60일의 유예기간을 벌 수 있어 사태 해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계산도 예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평행선인 협상이 9월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실무진의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양 그룹의 총수가 나서거나 정부가 간접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패소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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