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방송가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셧다운 공포가 생겨났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출연진과 스태프 등 방송가 종사자들의 확진 판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 방송사들이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촬영 중단, 결방, 휴방 등의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방역 대책이 없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드라마ㆍ예능 제작 일시 중단

방송가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방지하기 촬영 중단의 조치를 먼저 취했다. 24일 KBS와 SBS는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 여파로 각종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KBS2 새 수목극 '도도솔솔라라솔'은 26일 예정됐던 첫 방송이 연기됐다. 제작진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배우와 스태프의 안전과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최우선이기에 자가격리 기간을 갖고 촬영을 재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드라마 조연인 배우 허동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KBS 측은 30일까지 '비밀의 남자'와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 '오! 삼광빌라' '비밀의 남자' 제작을 잠정 중단한다. 야외 촬영이 많은 '1박 2일' 역시 예정된 촬영을 취소했다. 

SBS는 24일 '런닝맨'과 '집사부일체' 촬영을 취소했다. SBS 측은 "예능은 촬영분이 있어 지금 당장 편성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다. 드라마는 방역 지침을 준수해 야외보다는 세트 위주로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도 tvN과 OCN 드라마, 예능의 촬영을 31일까지 중단한다. 다행히 tvN '비밀의 숲'과 '청춘기록'은 사전 제작돼 예정대로 방송되고 '서울촌놈'은 기 촬영분이 방송되지만 수목극 '악의 꽃'은 결방을 피해 가지 못했다. 내달 2일 방송되는 11회는 예정대로 방송되지만 3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12회는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된다.

이외에도 JTBC '18 어게인'과 '사생활' '경우의 수' 등 드라마 촬영을 잠정 중단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 '넷플릭스' 역시 드라마 제작을 일시 중단했다.

■ 온라인 제작발표회도 줄줄이 취소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면서 예정돼 있던 온라인 제작발표회도 취소됐다. 앞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2월부터 대부분의 제작발표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지침이 바뀌고 완화되면서 몇몇 제작발표회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26일 예정됐던 KBS '도도솔솔라라솔', OCN '미씽' 제작발표회와 27일 예정됐던 tvN '청춘기록', KBS '좀비탐정' 제작발표회가 취소됐다.

카카오M도 26일 예정됐던 오리지널 디지털 드라마 '아만자'의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결국 취소했다. 카카오M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따라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카카오M은 앞으로도 출연진과 스태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SBS는 각각 24일과 25일 진행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앨리스'의 제작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제작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 배우와 감독, 사회자까지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인터뷰에 임했고 배우들 사이의 거리두기와 가림막, 마이크 가리개 등을 사용했다.

■ 방송사 코로나 대응점검-방역·고용대책 시급

이처럼 방송가에 전례 없는 촬영 취소와 제작 중단 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주요 방송사와 방송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해 제작, 송출 현장에서 혼선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 정비를 요청했다.

26일 방통위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방송제작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지상파, 종편, 보도 채널 등 주요 재난방송 의무방송사업자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영상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여한 각 방송사들은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각각 대응하고 있고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비상시근무조 편성 등 인력 운용과 방송장비 운영계획 등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방송현장 노동자들로부터는 현장에 구체적인 코로나19 방역대책도 촬영중단에 따른 경제대책도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같은 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의 유행에 한국 방송 산업은 '무대책의 대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한빛센터는 "밀집된 공간에 확산되기 쉬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방송사는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방송사는 지금까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방역 대책을 제시하는 대신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와중에서도 무대책으로 촬영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빛센터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차례로 프로그램 촬영을 중지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방송 노동자들의 고용 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대다수의 방송 노동자는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쓰는 대신 '무늬만 프리랜서'를 강요받으며 해당 계약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참여한 회차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당연히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실업급여도 받을 수가 없으며 방송 노동자가 코로나19에 확진이 될 경우 어떤 식으로 방송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하 방안도 없다"고 질타했다.

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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