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관련 이미지. /한국스포츠경제DB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글로 사람을 죽인다.’ 바로 ‘악플(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털 네이버(Naver)가 다음(Daum)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에 이은 조치다. 다만 댓글 서비스의 영구적 폐지가 아닌 ‘잠정 종료’다. 한국스포츠경제는 포털뿐 아니라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악플을 뿌리 뽑기 위한 기획 시리즈 <악플과 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마련했다. 앞서 악플 피해 사례와 심각성, 원인을 따져본데 이어 마지막으로 대책을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국내 프로 골퍼들 가운데 자신의 기사 댓글을 읽지 않는 선수는 꽤 있다.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서 악플로 인한 심리적 상처는 경기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악플은 기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스포츠 커뮤니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악플을 근절하는 일은 이제 시대적 요구 사항이 됐다. 본지는 지난 7일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전용기(29)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대책에 관해 물어봤다.

◆강력한 제도적 조치 필요성

우선 거론된 건 '인터넷 실명제'였다. 전용기 의원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쓰게 돼 어느 정도 악플 위축 효과는 있다”라면서도 “물론 100%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실명을 걸어도 욕할 사람은 욕한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을 억제하면 민주주의 근간인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된다는 게 이유였다. 전용기 의원은 “표현의 자유보다 공공성이 더 약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커뮤니티, 홈페이지 중심이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추세가 SNS 중심으로 넘어왔다. 예전보다 공공성이 더 강조될 수 있어 위헌 논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털이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종료했는데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댓글의 순기능까지 막아버려 안타깝다는 주장도 한다. 전용기 의원은 “선수들과 소통할 창구는 포털이 아니라도 각종 커뮤니티 등 많다. 포털이 폐지돼도 댓글이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창구들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어떻게 악플을 차단하고 있을까. 전용기 의원은 “일본이나 독일에선 포털에서 의무적으로 악플을 삭제하게끔 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댓글 기능을 폐쇄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중국의 경우 피해자 자살 시 해당 댓글을 단 사람이 실형을 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기 의원은 해외처럼 국내도 강력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기존 정보통신망법에 온라인상의 혐오·차별 표현 등 모욕에 대한 죄를 신설하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사람에 대해선 형법상 자살방조죄와 같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향후 토론회 등에서 개정안에 대해 더 논의할 예정이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악플 근절 관련 호소문을 냈다. /연합뉴스

◆스포츠 심리 교육도 병행돼야

전용기 의원이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조했다면 김병준 교수는 멘탈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미래에셋대우 탁구단, KGC 인삼공사 배구단을 상대로 스포츠 심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김병준 교수는 악플의 피해자 입장인 선수들의 멘탈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인성, 자존감 높이기, 집중 방법, 삶을 조화롭게 이뤄가는 방법, 의사소통 방법 등과 관련한 스포츠 심리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량이 미흡하더라도 선수들끼리 자존감을 지켜주고 서로 아껴주고 그런 팀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동료, 지도자가 서로 지지해주는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김병준 교수는 압박감이 심한 선수들이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멘탈 무기들을 만들어주고 있다. 부정적인 정서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팀을 팀답게 만들고 목표 달성 효과 높이도록 하는 팀 빌딩 등이 그 예들이다.

결국 악플에 대한 피해도 선수 본인의 자존감과 자부심 정도에 따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병준 교수는 “스포츠 심리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주지만, 그 이전에 다양한 심리 기술, 생활 기술 그런 것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승부 이외의 과정 등에서 의미를 부여할 것도 많다. 1등만 살아남는 건 아니니깐 후보는 후보대로, 주전은 주전대로, 포지션별로 자신의 위치에서 자부심을 갖는 방법들을 무장하면 멘탈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유승민(3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최근 프로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선수 출신 고(故) 고유민의 명복을 빌면서 낸 호소문은 악플 근절과 관련해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유승민 위원은 "운동 선수들의 사회적인 책임감은 커져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충고를 넘어선 인격 모독성 비난,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여론몰이식 루머 확산 등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유승민 위원은 “선수들을 포함해 지도자들도 인간이다. 하루하루 덕목을 되새기며 많은 부분들을 감내하고 있는 선수들이 심각한 악플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게 부탁 드린다"고 힘주었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