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만약 피해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및 경영실태평가 때에도 분조위 조정 결정 수락 등 소비자 보호 노력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

이 세 문장은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고객 및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며 금융당국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경영 토대가 위태로울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기업 존립 자체를 걱정할 정도의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상 권고, 압박 수준을 넘어 협박성 발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윤석헌 금융위원장의 세 마디에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는 돈도 잃고 소비자의 신뢰까지 잃게 됐다. 

그 누가 당국을 향해 등질 수 있을까. 국내에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금융당국 수장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곳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경영 토대를 위태롭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권력자의 입김에 금융투자상품 손실 관련 분쟁에서 사상 처음으로 '투자금 100% 배상안'이 이뤄졌다. 금융당국에서는 투자금 전액 반환에 대한 수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했고, 이는 곧 현실화가 됐다. 사실상 관치금융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권고도, 압박도 아닌 사실상 일방적인 협박성 통보에 금융사들은 저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 차원에서 수용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6월 30일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가 손실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과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며 "판매사는 이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고 판단하고 100% 배상을 결정했다. 

모든 책임은 판매사에만 있다는 결론이다. 상품을 만든 운용사도, 금융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에는 0.1%의 책임 소지는 없다는 판단이다.  

판매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모펀드와 관련해 판매사들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항변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분조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뿐 아니라 배상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과 '100% 원금 반환'이라는 선례에 대한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협박성 발언에 백기를 안들래야 안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금융사는 관치금융으로 인해 라임사태의 주범이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돈도 잃고 민심도 잃게 됐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윤 원장이 이런 발언은 '관치금융은 안된다'라는 본인 소신과 상반되는 행보"라고. 그리고 "관치금융이 굉장히 나쁜 표퓰리즘 형태로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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