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역내 취업알선 선례가 피해 키워…연봉 높은 일자리 원하는 구직자 노려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기아자동차 채용을 미끼로 돈을 받아 챙기는 취업사기 사건이 광주에서 또 다시 발생했다. 기아차의 채용을 전제로 한 사기 사건은 비단 오늘 내일만의 일이 아니기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주겠다고 구직자와 부모 등 651명으로부터 152억 원을 받은 광주의 한 교회 목사 A씨와 브로커 B와 C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취업사기 피해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바 있다. 피해자들로부터 수십억원의 금품 제공과 함께 취업을 청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정식 수사로 전환한 상태다. 또 경찰은 취업사기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브로커 B와 C씨의 출국 금지조치도 내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브로커들은 기아자동차 광주광역시 공장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두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목사 A씨는 성도들과 지인 등의 피해자들로부터 취업사례비를 포함해 1000만~6000만원을 전달받아 기아차 협력업체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로 알려진 브로커 B씨 등에게 입금했다.

현재 취업사기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카카오톡에 ‘기아 취업사기 실명인증’ 방을 만들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방에 참여한 피해자들만 344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기아차 협력업체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광주공장 정규직이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생산직으로 특별채용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사례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수사에 나선 광주경찰청은 기아차 내부에서 취업 사기에 동조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내사로 접수된 피해자 외에 추가로 접수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며 “향후 피해자들이 제출한 입금내역 등 증거를 토대로 공모 여부 등 정확한 경위와 피해 규모 등 혐의 입증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지난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8년에도 기아차 전·현직 직원과 노조 간부, 하청업체 직원 등이 연루된 취업사기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4년 채용비리 사건의 경우 채용 추천권이 있었던 노조의 권한을 이용해 120여명이 채용 사례금을 주고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에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노조 간부와 직원 등 19명이 구속되고 경찰공무원 등 120여명이 사법처리되는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 이후 기아차는 채용 방식을 본사에서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 지역내에서는 취업알선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남아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광주·전남 등에서는 최고의 일자리로 꼽히며 구직자들 사이에선 청탁을 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전해진다. 이번 피해자들 역시 대략 5000만원의 청탁금액을 제시했는데 이는 1년 급여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인 만큼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에게는 더욱 큰 유혹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업 정보 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고용보험 기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현재 재직 인원은 7114명으로 평균 임금이 8579만원에 달한다.

광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김 모씨는 “지역에서는 기아차를 제외하고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암암리에 취업알선이 된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곤 한다”며 “기아차는 단연 광주에서 가장 큰 대기업이고 과거 사례도 있었던 만큼 구직자들의 관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취업 사기 피해가 흔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기아차라는 특수한 환경이 피해자들을 불러 모은 것 같다”며 취업알선 같은 사기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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