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영하.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23)가 마무리투수로 변신했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팀간 13차전에서 5-5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시즌 2번째, 역대 9번째로 열린 특별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이었다. 29일 경기의 연장선에서 펼쳐졌다. 두산이 2-0으로 앞선 4회초 공격을 앞두고 쏟아진 비로 중단됐다. 

3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재개했다. 21안타를 주고 받는 1박 2일 혈투를 펼쳤지만,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두산은 5-5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마지막 투수로 이영하를 올렸다. 지난해부터 줄곧 선발로 뛴 이영하의 마무리 데뷔전이었다. 그는 선두타자 김호은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홍창기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오지환을 초구에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영하는 지난해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일약 정상급 선발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20승을 올린 조시 린드블럼과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두산의 통합우승에 이바지했다. 지난 1월 결혼을 했고, 공익장기대기 면제 판정으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영하를 향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올 시즌 극심한 기복을 보이며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차례 선발 등판해 3승(8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5.47로 규정이닝을 채운 23명 중 21위에 그쳤다.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마무리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려졌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이 선발 이영하와 마무리 함덕주의 보직을 맞바꿨다. 이영하는 마무리를 원했고, 함덕주는 선발 투수를 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원했다. 이영하는 처음부터 마무리 욕심이 많았고, 함덕주는 마무리를 부담스러워했다. 두 선수 모두 여러 차례 투수코치와의 면담을 거쳤다"며 이영하를 전부터 마무리로 쓰고 싶었지만, 선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영하는 마무리투수에 적합한 투구 스타일을 갖췄다. 그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강점인 투수다. 올 시즌에도 빠른 공 평균 시속이 145.4km 다. 이날도 최고 시속 151km의 포심 패스트볼과 시속 140km짜리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지며 LG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김 감독은 "이영하는 스타일상 선발보다는 마무리에 어울리는 선수다. 테크닉이나 완급조절보다는 힘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오랜 기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긴 이닝 소화도 가능하다. 필승조가 흔들릴 때 조기 투입돼 멀티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영하 스스로 ‘3이닝 세이브도 가능합니다’라고 약속했다. 멀티이닝 소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하는 이대은(31ㆍKT 위즈), 김원중(27ㆍ롯데 자이언츠)의 성공사례를 뒤따르려 한다. 이대은은 지난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로 전환해 4승 2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KT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부터 클로저로 변신한 김원중은 35경기 등판 3승 1패 15세이브 평균자책 1.73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반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보직을 맞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전 시즌 15승 이상을 올린 정상급 선발투수가 마무리로 전환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영하가 두산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며 ‘특급 클로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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