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빅리그 데뷔 시즌 나선 3차례 선발 등판에서 팀 내 최저 평균자책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평균자책점 1.08. '더블케이(KK)' 김광현(32)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통의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지 3경기 만에 팀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 데뷔 시즌을 맞은 ‘루키’를 향한 우려 섞인 시각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뜨거운 신인' 김광현의 '미친' 투구 비결을 살펴본다. 
 
◆ 구단 최초 기록 써낸 김광현
 
김광현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통산 11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에서 새 역사를 썼다. 1882년 구단 창단 후 139년 만이자 기록 추적이 가능한 1901년 이후 처음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광현은 28일(이하 한국 시각)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 더블헤더 1차전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및 비자책점 경기를 펼쳤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1실점 이하, 3피안타 이하 경기를 만들어낸 세인트루이스 구단 역사 '최초의 투수'가 됐다.
 
앞서 김광현은 첫 선발등판이었던 18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서 57개의 공을 뿌리면서 3.2이닝 1실점 3안타 3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22일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83구 투구)에선 무실점으로 6이닝을 투구하며 볼넷 없이 3안타 3탈삼진을 기록했다. 최근 선발 2경기에서 12이닝 무자책점, 선발 3경기에서는 15.2이닝 1자책점 평균자책점 0.57의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김광현이 10마일을 오가는 구속차 등 완급조절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빅리그도 씹어 먹은 김광현의 '미친' 완급조절
 
김광현은 시속 160km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질러 아웃카운트를 쌓는 부류의 선수는 아니다. 주무기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역시 구속만 놓고 본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위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미친' 완급조절로 극복했다.
 
28일 피츠버그와 경기에서 김광현은 80개의 공을 뿌렸다. 포심 33구(41.3%), 슬라이더 26구(32.5%), 커브 12구(15.0%), 체인지업 9구(11.3%)를 기록했다. 주목할 건 구속이다. 포심의 최고 구속은 92마일(시속 약 148km), 최저 구속은 88마일(시속 약 142km)이었다. 슬라이더는 87마일(시속 약 140km)~78마일(시속 약 125km), 체인지업은 81마일(시속 약 130km)~77마일(시속 약 123km), 커브는 73마일(시속 약 117km)~66마일(시속 약 106km)이었다.
 
이 중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무려 10마일(시속 약 16km)의 속도 차로 완급조절을 펼쳤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비슷한 구속의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과 수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결국 직구와 비슷한 구속의 슬라이더에 10마일의 격차를 보이는 김광현 특유의 저속 슬라이더, 그리고 타자의 허를 찌르는 체인지업과 커브의 완벽한 조합이 빛났다. 동시에 타자 바깥쪽과 안쪽을 파고드는 제구력까지 더해 김광현은 3차례 선발 등판을 통해 마이클 실트 감독과 팀 동료들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었다. 
 

김광현이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살아 남을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 신인왕 후보 급부상한 김광현의 경쟁자들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받을 자격이 있다." 세인트루이스 매체 BND 소속 제프 존스 기자는 28일 피츠버그와 경기 후 김광현의 호투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초단기 시즌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김광현은 신인왕 후보에 충분히 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 
 
김광현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신인왕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LA 다저스의 더스틴 메이와 토니 곤솔린을 극복해야 한다. 메이는 올 시즌 클레이튼 커쇼의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상승세다. 6경기에 나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이다. 곤솔린 역시 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4.2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평균자책점 '제로(zero)'다. 메이와 곤솔린의 활약 속에 커쇼와 워커 뷸러까지 건재한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관건은 메이저리그의 텃세와 규정이닝 달성이다. 메이저리그는 타 리그를 거쳐 입성한 중고 신인에 게 후하지 않은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짙다. 김광현으로선 지금처럼 안정된 투구를 계속 이어나가야 승산을 높인다. 세인트루이스는 팀 내 코로나19 확진으로 60경기 초단기인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적은 58경기를 치른다. 28일 기준 세인트루이스는 시즌이 종료되는 9월 28일까지 7차례 더블헤더를 소화해야 한다. 빡빡한 일정인 만큼 4일 휴식 후 등판 로테이션을 따르는 투수들에겐 그만큼 손해다. 현재 16.2이닝을 소화한 김광현은 규정이닝(22)까지 5.1이닝이 모자란다. 시즌 종료까지 예상되는 7~8번의 추가 선발등판에서 이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지금처럼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시즌 끝까지 계속한다면, 신인왕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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