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기성용(왼쪽)과 울산 현대 이청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기성용(31)은 능력이 출중하고 팀에 자신감을 주는 선수다.”(울산 현대 이청용)

“이청용(32) 형과 함께 뛸 수 있었다. 복귀전을 가져 행복했다”(FC서울 기성용)

8월 3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18라운드 경기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이청용의 완승으로 끝난 ‘쌍용 더비’

이청용에겐 친정 서울 구단과 처음 ‘적(敵)’으로 만난 경기였다. 2004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9년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에 입단한 이후 유럽에서 뛰어오다 지난 3월 울산과 계약하고 K리그로 복귀했다. 6월 20일 서울 원정 경기가 있었지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이번에 처음 그라운드에서 대면하게 됐다.

기성용에겐 11년 만의 친정 복귀전이었다. 2006년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하기 전 치른 2009년 11월 21일 전남 드래곤즈와 홈 경기 이후 3935일 만에 K리그 경기에 나섰다.

이청용과 기성용이 함께 출전하면서 향후 리그 최고 히트 상품이 될 ‘쌍용 더비’도 성사됐다. 둘은 2015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각각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완지 시티 소속으로 맞대결을 벌였지만 K리그 무대에서 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승부는 이청용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울산은 전반 18분 이청용이 선제 결승 골을 뽑고 전반 41분과 후반 추가 시간 각각 주니오(34), 정훈성(26)이 추가 골을 넣은데 힘입어 3-0으로 크게 이겼다.

3연승을 내달린 울산은 9경기째 무패(8승 1무)를 기록했다. 14승 3무 1패 승점 45가 되면서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이날 강원FC와 홈 경기에서 1-2로 패한 2위 전북 현대(13승 2무 3패ㆍ승점 41)와 승점 차이를 ‘4’로 벌리며 우승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울산은 2018년 4월부터 서울을 상대로 무려 7승 2무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김호영(51) 감독대행 체제에서의 상승세(3승 1무)가 한풀 꺾였다. 6승 2무 10패 승점 20에 머물며 리그 8위에 그쳤다.

◆기성용, 경기력은 ‘합격점’

축구 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Bepro11)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2개의 슈팅을 때려 1골을 넣었다. 패스 성공률은 86.4%(38/44)에 이르렀다. 중앙지역 패스(22/23)와 공격지역 패스(11/15), 전진 패스(12/12) 등 주요 패스의 성공률들이 크게 높았다. 공중볼 경합(4/4)이나 그라운드 경합(2/3)의 빈도도 팀 내에서 높은 축에 속했는데 이는 그만큼 전후방을 뛰어다니며 수비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방증이다.

후반 20분 정현철(27) 대신 그라운드에 투입된 기성용은 프리킥 1차례를 기록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뛰었지만 패스 시도 횟수나 성공률은 출중했다. 패스 26차례 시도해 23차례나 성공하며 성공률 88.5%를 올렸다. 전진 패스(10/12)와 횡패스(10/10) 성공률 역시 좋았다. 수시로 경기 템포를 조율하고 그라운드를 넓게 쓰려한 모습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관중 ‘아쉬움’

이청용은 “골로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며 “다만 상대인 서울은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이고 애정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골 세리머니는 자제했다. 친정팀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득점했을 때) 속으로는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성용과 대화를 나눈 부분에 대해선 “경기 전에 안부를 물었다.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인지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기성용은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다. 일단 경기를 뛴 것에 만족한다”며 “울산이란 팀이 리그 강팀이기 때문에 크게 졌을 뿐이지 저희 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경기력을 두곤 “1년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경기를 계속 뛰면서 경기 감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힘주었다.

김도훈(50) 울산 감독은 두 선수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역시 이청용이었다. 저뿐 아니라 팬 분들이 보는 입장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득점으로 존재감을 알렸다”고 칭찬했다. 이어 “기성용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데도 조율이나 패스 등 측면에서 좋은 장면들을 연출했다. 몸 상태가 나아진다면 서울이 상승세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조율이나 패스 등 잘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사상 처음 성사된 ‘쌍용 더비’의 아쉬운 점은 존재했다.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경기장에선 커다란 응원 소리 대신 침묵이 흐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같은 날 광주FC는 대구FC를 6-4로 물리쳤다. 양 팀 합계 ‘10골’은 한국 프로축구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으로 이번이 역대 4번째다. 포항 스틸러스는 성남FC를 2-1로 제압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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