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진인 조은산’ 시무7조에 이어 1881년 영남지방의 유생 1만여 명이 개화 정책에 반대해 낸 상소 형식을 차용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 현 정부와 관련 인사 풍자 ‘영남만인소’

지난달 29일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밝힌 청원인은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목만 보면 시무7조를 올린 ‘진인 조은산’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인사들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청원은 100명을 넘으며 공개 검토 대상 청원이 돼 지난달 31일 알려졌다. 청원인은 세금감면, 집값, 신하를 가려 쓰기 등 정부의 정책과 여권 인사들을 비꼬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차기 여권 대선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이낙연 의원에 대해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武鉉皇帝·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상여에 합세하고 있었으므로 선대 무현황제에 천추의 한을 남기 허물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성정이 급하고 언사가 격하여 혹여 그 뜻을 이루면 자신의 형수에게 퍼부은 욕설을 황후마마에게 퍼부을 수도 있으니 심히 저어된다”고 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평가했다.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을 해 대다가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하여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소인은 지난 병신년의 척화봉기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황상 폐하의 정치를 도운 적도 없어 그 자격이 되지 아니하니 소인을 기특하게 여겨 벼슬을 하사하시더라도 이를 사양할 수밖에 없음을 원통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소인이 비천한 재주를 뽐내어 허튼 글발로 허황된 상소문을 작성한 것은 오로지 나라의 사람들에게 한 번 읽혀서 모두 허리를 잡고 한바탕 웃게 하려는 것”이라고 작성 의도를 밝혔다.

림태주 시인 페이스북

◆ ‘시무7조’ 조은산 vs 림태주 시인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상소문 형식의 ‘시무 7’를 올린 ‘진인 조은산’을 향해 시인 림태주가 답글을 남기며 설전을 벌였다.

조은산은 지난달 27일 현 정부에서 마땅히 바라봐야 하는 ‘시무 7조’를 국민청원에 올리며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시무 7조는 통일신라 학자 최치원이 진성여왕에 올린 시무 10조를 모티브로 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찰 등을 정부의 정책을 풍자했다.

림태주 시인은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 언뜻 그럴 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에게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십 채씩 집을 사들여 장사해대는 투기꾼들 때문에 제 자식들이 출가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위화감에 분노하고 상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감성에 치우쳐있다는 말에 “가여워하는 그 긍휼한 상심이 너에겐 감성적이고 감상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것이 지극한 이성이고 마땅한 도리라 여겨진다”고 반박했다.

이후 조은산이 재반박해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백성 1조에 답한다”며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비판했다.

결국 림태주 시인은 “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이해해달라”고 해명하며 두 사람의 설전은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한편, 시무 7조 작성 글이 15일이 지난 시점에서 일각에서는 비공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글은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1일 기준 동의자 40만 명을 돌파했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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