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업계 "치매신탁은 상상의 정책"
금융위원회가 치매신탁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금융당국이 치매신탁(후견지원신탁) 활성화 추진을 예고했지만 보험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0일 급속한 고령화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치매환자 등 적극적 자산관리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신탁(후견지원신탁) 활성화를 추진하고 보험 가입 상한연령도 기존 65세에서 70세가량으로 확대된다.

치매신탁이란 금융 소비자의 인지상태가 양호할 때 금전을 신탁하면 재산관리와 함께 치매 등으로 후견이 필요한 경우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에 대해 비용처리를 맡아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분쟁 잦은 치매보험, 구설수 끊이질 않아

잦은 구설수에 올랐던 치매보험이 각종 논란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신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27일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을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등 불완전판매 요소를 최소화하고 보험료 산출 또는 보험금 산출시 해지율을 사용한 보험으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무·저해해지환급금 보험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의 장기보장성 보험 비교공시를 살펴보면 흥국화재는 ▲무배당 흥국화재 간편치매보험(2020.4) 1형·3형 ▲무배당 흥국화재 행복한 인생 간병보험(2020.4) 1형·3형 등 4개 치매보험 상품을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무배당 삼성명품 노블레스 치매보험(2004) 기본·생활자금·종합 플랜과 ▲무배당 삼성명품 노블레스 치매보험(2004.2) 기본·생활자금·종합 플랜 등 현재 판매중인 치매보험 상품 6개 모두를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무배당 간단하고편리한치매보험(Hi2004) 3·4종 등 2개 치매보험 상품을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무배당 NH간편해眞치매플러스보험(2004) 1·2종 상품과 ▲무배당 간편한가성비치매간병보험(2004) 1·2종 등 4개 치매보험 상품을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약관상 치매보험금 지급조건으로 상이한 치매질병코드를 적용하거나 치매 약제를 30일 이상 처방받을 것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진단기준과 보험금 지급 여부가 정확하지 않아 잦은 분쟁을 겪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경증 치매보험금을 지급할 때 MRI·CT 등 뇌영상검사를 필수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보험약관을 개정하고 대한치매학회 의료자문과 보험상품자문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의학적 진료기준에 부합하도록 약관을 개선했다.

 

치매신탁 추진, 실효성 문제 없나?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치매신탁 구조를 살펴보면 친족후견인 등 피후견인(본인)의 법정대리인이 가정법원에 신탁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면 지지서를 발행 받아 수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수탁업자는 후견인이 관리하는 계좌에 정기금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가 치매신탁과 주택연금의 연계를 강조했다./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치매신탁 전문 특화신탁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진입 여건을 마련하겠다'며 '주택연금과 치매보험을 연계해 이용하는 경우 치매보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후견인이 보유 주택에 계속 거주하며 매월 일정액의 연금도 받고 치매 위험성도 보장하겠다는 취지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재산관리인에게 후견을 맡기는 영미권 문화와 달리, 국내의 경우 다수의 친족이 이를 도맡아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발행한 논문 '후견제도의 보완을 위한 신탁에 관한 소고'를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전문적인 재산관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후견인의 재산 유지 및 보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친족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남용하면서 정작 피후견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의 경우 후견인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생활비용 및 비정기적으로 지출되는 의료비, 주거에 필요한 비용 등을 계획없이 사용해 오히려 피후견인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역시 ▲중도 해지시 보증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3년동안 재가입도 불가능한 점 ▲집값 외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치매신탁 추진은 무늬만 좋아보이고, 큰 의미가 없는 상상의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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