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 포스터./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테넷’이 지난 달 26일 개봉 후 6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썰렁한 극장가에서 그나마 선전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중이다. 영화를 관람한 실관객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사이트를 통해 ‘테넷’에 대한 해석글을 게재했다. 놀란 감독의 영화 중 역대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테넷’은 예습과 복습을 거쳐야 하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 N차 관람 필수? ‘테넷’

영화 '테넷' 스틸./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테넷’은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을 펼친다.

영화 속 주인공인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일하는 요원이다. 주도자는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이용해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아는 닐(로버트 패틴슨)과 사토르를 증오하는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선다.

‘테넷’은 약 24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하이스트 무비에 스파이 액션을 더한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인도까지 해외 로케이션 사상 역대 최다인 세계 7개국에서 촬영했다.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초대형 야외 세트장을 건설했고, CG가 아닌 실제로 보잉 747 비행기와 격납고 폭발 장면을 촬영했다. 대부분의 장면을 IMAX 카메라로 실제 촬영하며 리얼한 액션을 완성해냈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주도자, 그런 그를 도와주는 닐과 주도자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캣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의 볼거리에 힘을 보탠다. 주도자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미래를 막는 과정에서 산소마스크, 회전문 등 시간을 역행하기 위한 장비들이 등장하는데 이 지점에서 관객들이 혼돈을 느끼기 시작한다.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다양한 시간 개념을 보여준 놀란 감독은 복잡한 플롯을 똑똑하게 풀어내는 작품으로 각광받아 왔다. 이번 ‘테넷’은 과거와 미래가 번갈아 등장하는데다 인버전된 인물이나 형상이 현재와 과거에서도 동시에 진행되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N차 관람을 해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 시간 여행 영화 NO..‘되감기’로 이해하면 빨라

영화 '테넷' 스틸./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거꾸로 읽어도 ‘테넷’(TENET)인 이 영화는 기존의 시간 여행 영화들과 개념이 다르다.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한 명의 주인공을 시간의 무한 루프 속 가둬 놓고 과거의 주인공을 현재의 주인공과, 현재의 주인공과 미래의 주인공을 교차시켜 과거, 현재, 미래 이야기가 함께 얽히게 만들었다.

놀란 감독은 “‘테넷’은 ‘인셉션’의 아이디어에 스파이 영화의 요소를 첨가한 것”이라며 “스파이 영화의 관점에서 시작해 이후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느 시간 여행 영화처럼 특정 과거 시간대로 점프해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령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회전문을 돌고 나와 과거에 일주일만큼 머무르며 역행해야 한다. 시간을 ‘되감기’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인버전한 존재는 호흡기관 작동도 정방향이 아닌 역방향이다. 공기 중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마시게 된다. 영화 속 주도자가 산소호흡기를 낀 채 시간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회전문을 돌아 나와 인버전한 존재가 회전문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통과하면 정방향으로 살 수 있다. 영화 속 캣이 과거로 돌아가 사토르를 만났을 때 산소호흡기를 장착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내가 과거로 가서 내 조상을 죽였다면 나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할아버지의 역설을 부인한다. 미래와 과거가 연결되어 있다는 구조를 버린다. 실현되지 않은 세계와 시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다중 우주 이론을 접목한다. 가까스로 사토르를 막은 주도자가 “이제 다 된 것 아니냐”라는 말을 할 때 닐이 “긍정적으로 보면 그렇다”라고 애매모호한 답을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무한히 많은 다른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복잡한 이론 속 ‘테넷’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간단하다. 미래 세력이 과거를 없애려고 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으로 지구가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놀란 감독은 미래 세력이 말하는 ‘과거’인 주도자의 고군분투를 통해 환경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학적인 개념에 지구 보존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한 ‘테넷’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이 계속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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