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도입 당뇨약 제미글로, 판권회수 위기
대웅제약 하반기 전망이 어둡다. /대웅제약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대웅제약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먹구름이다. 연간 1000억원가량 처방되는 도입품목인 ‘제미글로 시리즈’의 판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또한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소송의 경우 관련 사건을 담당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부가 지난달 6일 예비판정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10년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사실상 패소에 무게가 쏠린 상황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이 사건에 매분기 약 100억원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 수익성이 악화됐다.

LG화학은 최근 대웅제약 측에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시리즈’ 공동판매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LG화학의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그립틴)’와 당뇨병 복합제 ‘제미메트(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 등을 도입해 판매했다.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그립틴)’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옛 LG생명과학)가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약물이다. 제미그립틴을 다른 성분과 복합한 ‘제미메트’는 2016년 출시했다.

LG화학 측이 계약 파기를 통보한 이유는 2가지다. 당초 양사가 합의한 ‘최소 매출(유통마진 등을 제외한 연간 예상매출의 80%)’과 제미글로에 사용키로 한 ‘최소 판매관리비’ 등을 대웅제약이 2년 연속 미달해서다.

◆ 대웅제약, LG화학 제미글로 시리즈 이어 SK케미칼 백신도 잃어

일단 양사는 협력관계 유지 가능성은 남았다고 설명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고 해서 즉각 효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현재 재계약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대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대웅제약의 실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제미글로 시리즈’의 원외처방액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집계 기준 지난해 ‘제미글로’의 외래처방액은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미메트’는 15.6% 오른 635억원을 기록했다. ‘제미로우’는 전년보다 74.8% 증가한 4억원이었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제미글로’ 178억원, ‘제미메트’ 379억원, ‘제미메트’ 2억원 등 총 560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렸다. 이변이 없는 한 제미글로 시리즈는 올해 1000억원대 진입이 유력하다.

LG화학 관계자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다”라며 “협력관계 유지 여부와 관련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대웅제약이 계약사항을 지키지 않다”며 “즉 양사가 ‘협의하고 있다’는 것은 (로열티, 수익분배 등)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은 지난 6월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과 맺은 ‘스카이조스터’ 마케팅 및 판매협력 계약도 종료됐다. 양사는 지난 2018년 5월 4일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스카이조스터’는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대상포진 예방백신으로 지난 2017년 12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판매량 100만도즈를 돌파했으며,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집계 기준 발매 이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90억원이다.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대웅제약 제공

◆상반기 수익성 악화…기름 붓는 보툴리눔 소송 비용

공동판매 계약 해지보다 더 큰 리스크는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소송이다. 대웅제약은 ITC 예비 판정에서 패소했다. 협상보다는 항소를 택하면서 오는 11월 예정된 최종 판결 전까지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앞서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 제조 기술을 대웅제약이 훔쳤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ITC에 제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대웅제약의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10년간 미국 수입을 배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번 예비판결은 오는 11월까지 ITC 전체 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대웅제약은 현재 예비판결에 불복해 이의 및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 경우 위원(6명) 중 1명이라도 ‘동의’하면 검토가 개시된다. 관련 결과는 오는 21일께 나올 예정이다.

최종결정이 나오더라도 ITC의 감독기관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14일 안에 위원회에 재심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막대한 소송 비용이다. 대웅제약은 올 상반기 2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소송에 사용했다. 매분기 약 100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722억원을 R&D(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실제 대웅제약의 상반기 매출액은 51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1% 줄었다. 또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보다 93.4% 감소해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순손실은 5억원이다. 작년 동기 185억원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올 하반기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펙수프라잔’ 출시가 예상되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펙수프라잔 임상 3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NDA)를 신청, 현재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펙수프라잔이 출시되더라도 약가를 산정하는 기간이 2~3개월가량 소요돼 올해 매출에는 반영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미글로 계약 여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아직 협상 중이라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다”며 “펙수프라잔은 식약처 허가승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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