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무·非재무 성과 두 마리 토끼 잡았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최종 후보로 낙점받으며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SC제일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박종복 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박 행장의 장기집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임추위가 지난달 28일 개최된 회의에서 박종복 현 은행장을 내년 1월 8일부로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박 행장은 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상임이사로 선임되고, 같은 날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으로 확정되면 내년 1월 8일부터 세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다.

임추위는 실적 등 재무적 성과와 조직 문화·브랜드 평판 등 비재무적 성과 등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차기 은행장에 적합한 인사로 판단하며 임추위 전원 찬성으로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임추위는 "박 은행장은 재임 기간 중 리테일금융의 만성적인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코로나 19 사태 등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2020년 상반기 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시키는 등 재임 기간 동안 재무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장 재임 기간 중 탁월한 리더십, 소통 강화 및 건전한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조직 문화 개선, 조직 안정화·최적화, 은행 브랜드 및 평판 제고 등의 비재무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임추위는 이런 이유로 은행장 경영승계 규정 제4조 및 지배구조내부규범 제35조 제2호상의 적극적 요건인 '금융 관련 분야에서 실무적인 경험을 통해 높은 식견 및 지식을 갖추고, 은행의 비전을 공유하며, 은행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제일은행 임추위는 박 행장이 재임 기간 재무·비재무적 성과를 모두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SC제일은행 제공


박 행장은 '제일은행맨'이다. 지난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 ▲강남부산PB센터장 ▲PB사업부장 ▲영업본부장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소매채널사업본부장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5년 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해 9월 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지난 2018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3연임을 마친다며 무려 45년간 제일은행이만 근속하게 된다.

제일은행 입행 후 20년간 영업 일선에서 활동해 '영업통'으로 통하는 박 행장은 핀테크에도 적지 않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핀테크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부터 IT와 금융의 통합을 강조했던 박 행장은 지난 2015년에는 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모바일 뱅킹 플랫폼 전략을 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 제일은행은 제3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주주로 참여했고, 핀테크 업체와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간편금융 플랫폼 페이코를 비롯해 모바일금융 플랫폼 토스,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도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셀프뱅크', 지정된 버튼만으로 송금과 계좌조회가 가능한 '키보드뱅킹'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SC제일은행 모바일뱅킹과 셀프뱅킹을 통합한 개편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실적도 함께 따라왔다. 과감한 조직개편과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한 영업 전략으로 행장 부임 후 1년 뒤인 2016년에 224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3144억원)까지 꾸준히 플러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에도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한 18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박 행장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시간이 되면 예고 없이 영업점을 방문, 직원과 격없이 소통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은 핀테크에 관심 못지않게 직원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등 조직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박 행장은 일반 시중은행 수장과 비교해 외부 노출이 많지 않은 인물"이라면서 "3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실적만큼 내부적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취임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꾸준히 순이익을 실현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한 점은 분명 큰 성과"라고 했다.

제일은행은 통상적으로 행장 임기 만료 한 달여를 앞둔 12월에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한 특수성을 고려해 석 달 이상 일찍 앞당겨 진행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후보 추천 및 선임 절차를 일찍 진행한 이유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 불안정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해 선제적으로 조직 안정과 비즈니스 연속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사진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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