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선수 발생으로 폐쇄된 서산 한화 이글스 2군 훈련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개막 이후 4개월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령을 잘 막아온 KBO리그의 방어막이 끝내 뚫렸다. 한화 이글스 투수 신정락(33)이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최초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보였다. KBO리그는 지난 5월 개막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대전광역시에 따르면 신정락은 지난달 29일 고열, 근육통, 두통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3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신정락의 최근 동선과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 지낸 아내와 자녀에 대한 검사도 이뤄진다. 한화 관계자는 1일 본지에 “확진 선수는 자가 격리 중이다. 병상이 확보되는 대로 입원할 예정이다. 구단은 당국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고 밝혔다.

신정락은 지난 6월 27일 KT 위즈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줄곧 2군에 머물렀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7월 22일 고양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 2군)전을 마지막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육성군에서 운동했다.

일단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2군에 머물다 최근 1군에 올라온 선수 2명과 이들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2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재활군 확진 선수는 30일 늦은 오후부터 발열이 시작됐다”며 “25일 이후 2군에 있었던 선수 중 1군에 콜업된 한화 선수 2명과 이들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선수 2명이 1일 오전 2시경 KBO가 긴급 지정한 병원에서 진단검사를 받았고 1일 오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KBO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경기 진행의 안전성을 확인 받고 이날 예정된 잠실(한화-두산), 문학(LG-SK) 경기 포함 5경기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서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는 취소됐다. 한화 구단은 서산 훈련장에 거주하는 선수와 직원 40명에 대해서도 곧바로 진단검사를 진행했고, 1일 오전 전원 음성판정을 받았다. 외부 거주 선수와 임직원, 협력사 직원 등도 진단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불똥은 다른 구단으로 튀었다. 8월 25~26일 서산구장에서 한화와 퓨처스리그 경기를 치른 LG 트윈스 2군 선수단 역시 발칵 뒤집혔다. KBO는 이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LG 트윈스와 고양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취소했다. LG 구단은 이날 "8월 25~26일 서산구장에서 한화와 퓨처스리그 경기를 했을 때 신정락과 선수 2명이 접촉했다"고 밝혔다. 

접촉 선수 2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룸메이트 2명도 1일 이른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중 현재 1군에 있는 선수 3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LG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이날 2군 선수단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지난 21~23일 서산을 방문한 SK도 2군 선수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다행히 신정락과 접촉한 사람은 없었다.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다. /OSEN

KBO는 이날 각 구단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매뉴얼의 엄격한 준수 등 추가 대응 지침을 강조했다. 선수단의 개별 모임을 금지하고, 타 구단 선수와 악수, 식사, 동일 이동수단 이용, 버스 탑승 등을 일절 금지하며 위반 시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프로야구와 다르게 KBO리그는 시즌 반환점을 돌 때까지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KBO와 10개 구단의 방역 관리 노력과 리그 구성원들의 철저한 방역 의식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한 수도권 구단 선수 2명이 유흥주점에 출입해 물의를 빚는 등 경계심이 무너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KBO는 사실을 접하고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구단 또한 뒤늦게 인지하고 자체 징계에 나섰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방심하는 순간 리그 파행, 팬데믹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불감증이 리그 전체를 망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리그 구성원 모두가 개인 방역에 힘써야 할 시기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