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한국스포츠경제DB.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확산세를 막고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지만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는 200명 대(2일 기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만큼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들 역시 ‘비대면’ 행사인 오프라인 개최로 바뀐 지 오래다. 위기 상황 속 내달 7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프라인 개최를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 오프라인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주영화제를 포함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국내의 많은 영화제들은 코로나19 시국 속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OTT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하는 등 비교적 성공적인 온라인 행사로 매듭을 지었다. 특히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했던 영화제가 상영작들을 공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혔다. OTT 플랫폼 역시 영화제와 협업을 통해 상영작 관람객들에게 자사를 홍보했다.

코로나 시대 속 영화업계 역시 여러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고민도 깊어졌다.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을 당시에는 국내 취재진의 프레스 신청을 받고 해외 게스트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내며 영화제 오프라인 강행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시작됨에 따라 매해 국내에서 ‘최대 규모’로 열리는 행사인만큼 온라인 개최 역시 고려하게 된 것이다.

'2019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기자회견./한국스포츠경제DB.

부산국제영화제의 수많은 행사 속 온라인 진행을 확정한 행사도 있다. 아시아 최초 투자 공동제작 마켓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sian Project Market, 이하 APM)이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총 3일간 온라인을 통해 열린다.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APM은 전 세계의 유망한 극영화 프로젝트를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투자와 공동제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1998년 개최 이래 총 585편의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그 중 250여 편 이상이 영화로 완성됐다.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세로 현장 참석이 어려운 국내외 산업관계자들을 고려해 매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던 APM 비즈니스 미팅은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APM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2019년 뉴 커런츠상 수상작 ‘롬’을 연출한 짠 탱 휘 감독의 신작 ‘체크 표시’(베트남)와 2018년 ‘붉은 남근’으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타쉬 겔트쉔 감독의 신작 ‘거울 속의 강’(부탄, 네팔)을 비롯해 총 22편의 프로젝트들이 선정됐다. 이영애 주연 ‘나를 찾아줘’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김승우 감독의 프로젝트 ‘보고 싶은 얼굴’과 2020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무녀도’를 연출한 안재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살아오름:천년의 동행’을 비롯하여 신동석 감독의 ‘우주의 맛’, 심혜정 감독의 ‘곰팡이 꽃’, 이명세 감독의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정희재 감독의 ‘태극기 소년’ 등 한국 프로젝트도 6편 포함됐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전환된 행사도 있지만 아직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직원 30여명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영화제를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직원 인건비는 영화제 개최로 인한 수익과 협찬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에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측은 “사실이 아니다. 영화제 오프라인 개최에 조직위 진원들의 인건비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부인했다.

개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의 오프라인 개최 여부를 두고 관계자들 역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 영화제 뿐 아니라 인적, 작품적 교류를 위해 꼭 개최해야 한다”며 “다만 시국이 시국인만큼 준비된 행사와 프로그램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눠 개최하는 걸 검토해 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수많은 영화제가 코로나19 속 차선책으로 온라인 개최를 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만 오프라인으로 연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오프라인으로 개최 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될 상황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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