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손보험 적자 행진, 지속될 전망
보험업계가 올해 초 구실손·표준화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인상했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으로 지속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 내·외부적인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험료가 추가 인상되거나 더 많은 보험사의 상품 판매 중단이 예상된다.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했지만 손해율은 악화

보험업계는 올해 초 구실손의료보험과 표준화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악화 등을 이유로 보험료를 평균 9% 이상 인상했다.  

실손의료보험은 35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정책성보험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구실손의료보험과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의료보험,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실손의료보험으로 구분된다. 특히 신실손의료보험은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주사 ▲비급여MRI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3개 진료군을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전체 실손보험 계약건수 3396만건 중 구실손의료보험과 표준화실손의료보험은 2019년 6월말 기준 각각 1005만건, 2140만건으로 전체의 92.6%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올해 초 9% 이상 인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판매에 따른 손해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한화·롯데·MG·흥국·삼성·현대·KB·DB·농협 등 10개 손해보험사와 한화·ABL·삼성·흥국·교보·미래에셋·동양·신한·NH농협 등 9개 생명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실액은 지난 상반기 기준 1조2066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63억원(20.6%) 증가했다.

이들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위험 손해율 역시 지난 상반기 기준 132.0%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세부 손해율 현항을 살펴보면 이들의 발생손해액과 위험보혐료는 각각 4조9806억원, 3조77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74억원, 3911억원 증가했다.

손해보험사 중 AXA는 2012년4월부터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종료했다. ACE와 AIG는 각각 2013년4월, 2016년4월에 판매를 중단했다. 생명보험사 중 라이나, 오렌지라이프, AIA는 각각 2011년7월, 2012년12월, 2013년6월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종료했다. 푸본현대는 2017년8월, KDB와 DGB, KB는 각각 2018년 1월, 5월, 6월에 판매를 종료했다. DB생명보험 역시 2019년 3월 판매를 중단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험료를 추가 인상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또 올랐다./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현황

의료계 과잉진료 관행 개선 시급

의료계의 과잉진료 등 근본적인 악습 관례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실손의료보험의 적자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의료계는 백내장 수술 환자에게 후발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고 비정상적인 횟수의 도수치료를 실시해 보험금 과다 청구를 유도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비급여 보장영역에 대한 정기적인 개선을 위해 의료계·보험업계·감독당국 공동으로 주관하는 '비급여 보장구조개선 위원회' 운영 검토를 제언했다.

금융당국 역시 2017년 4월 이후 판매 중인 신실손의료보험에 이은 차세대 상품구조 개편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이용에 따른 실손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손보험의 보장구조와 자기부담률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실손보험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월19일 공개한 업무계획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언급하며 관련 테스크포스를 구성했지만 관련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관련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향후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