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제로 상태 논의 가능”…의료계, 범투위 통한 내부 의견 수렴 나서
14일 열린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원점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의료계가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를 통한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3일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들이 참여하는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범투위 회의를 열어 협상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최대집 의협 회장과 만남이 진일보했다는 판단에서다. 한 의장은 최 회장에게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에 대해 "완전하게 제로의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정부는 지난 1일 대치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JTBC뉴스룸을 통해 첫 공개토론을 벌였다. 토론 자리에는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참여했다.

◆ 철회 명문화 VS 타협점 찾기

의협과 전공의협의회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의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며 이를 명문화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덕선 소장은 “노사정이 합의할 때도 구두로 합의하는 법이 있냐”며 “당연히 그것은 명문화된 문서가 있어야 되는 거다. 그것이 어린 의과대학생이라든지 우리 전공의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정책관은 “복지부만이 아니라 총리님도 또 국회의 여러분들도 또 의료계 여러 원로님들도 그것이 문서의 형태이든 아니면 약속의 형태이든 많은 형태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방향을 보여주시고 또 거기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려고 애썼다”며 “그런 과정에 대해서 저희들은 스스로의 말과 스스로 남긴 글에 대해서 책임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정책관은 “정책 철회라는 단어를 남기는 것은 정책을 추진한 입장에서 상당한 고민이 따르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여러 절차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원점으로 돌린다는 게 상당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의협과도 많은 대화와 협의를 거쳤고 상당히 근접한 결과를 만들어낸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협의하고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다면 좋은 합의문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

◆ 의사부족 VS 인프라 부족

전공의 측은 필수 의료 전문가 문제는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취업해야 하는 병원의 부족, 즉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측은 의사 수도 늘리고 인프라도 확대, 둘 다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김 정책관은 “병원이 있어야 거기에 의사가 있다고 하는 것보다는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의사가 없는 좋은 병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없기 때문에 의사를 보내기가 어렵다는 거에 대해서는 저희가 동의하기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 격차가 20%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주 모범 국가”라며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시와 시골 간의 격차는 몇 개의 어떤 극단적인 예에서 너무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서울에 1000명당 의사 수가 3명이 넘을 때 다른 지역에서는 1.5명이 안 되는 지역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비단 의사 수의 차이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적절한 의료 서비스의 제공이나 접근성 이런 대목에서 분명한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며 “만일 그 차이가 어느 정도 조금 더 나은 건강을 귀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쳐질 수 있다고 한다면 정부로서는 당연히 그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소장은 “지금 작년, 지난해보다 1000명씩 늘어나는 그 숫자(의사 숫자)만 해결해도 상당 부분 할 수 있는 것들을 먼 훗날 15년 뒤의 일을 갑자기 그걸 들고 나와서 얘기 한다. 현재 그거 말고도 해야 될 일이 많다”며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거에 대해서는 한마음”이라고 말했다.

◆ 의료 수가 정상화…기피 전공과 인기 전공 격차 해결

전공의 측은 의사 수를 늘려도 지역 간 격차,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은 의료 수가 정상화 및 기피 전공과 인기 전공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된다고 주장한다.

김 정책관은 “상당히 많은 환자를 의사선생님들이 보고 있는데 의료계의 주장은 수가가 너무 낮다 보니까 많은 환자를 보게 된다고 많이 얘기한다”며 “그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수가를 충분히 올린다 하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내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단순하게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역의 경우에는 사실 서울이나 대도시의 의사선생님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그것이 결국은 수가만의 문제는 아닌 기피 과목이라든가 또는 어떤 지역의 의사선생님을 보내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다 준비가 돼야 할 종합적인 그런 문제라는 반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안 소장은 “수가를 올려달라는 것은 그걸로 인해서 급여 상승보다는 의료를 좀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구조 변경을 하자는 얘기다”며 “외래비가 너무 낮으면 너무나 쉽게 병원에 접근이 되기 때문에 그 접근을 통해서 자꾸 의료비가 발생한다. 처음에 초진 비용을 많이 올려주면 환자들에게 좀 긴 시간으로 설명도 가능하고 또 그러한 설명을 바탕으로 해서 적정한 처치들도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올린 부분만큼 또 절감 효과도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안 소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선진국들 보면 외과는 여전히 지원자가 있다”며 “캐나다에서 50만달러 연봉 외과의사를 준다고 그러면 일반 가정의들이 30만달러 받을 때 그 사람 50만달러 주는 것에 대해서 다 인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한 개인적 삶도 없이 거기에 대한 어떤 공로, 공헌. 이런 것들을 계산한다. 이렇게 비인기과를 만든 것들은 구조상의 문제가 틀림없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발한 개업의들의 지난달 14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전공의-전문의 집단휴진과 집단 사직이 이어졌다. 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른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 등 의료계와 정부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일선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의협이 의료계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일부터 무기한 3차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 상태라 당정과 의료계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과 신속하게 논의를 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협의기구인 국회 특위 구성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위에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개선 대책에 대한 충분한 의견을 함께 듣고 협의해 의료발전을 위한 좋은 정책들을 만들어가겠다”며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의협과 또 전공의 대표들과 만나서 진정성 있게 지금 논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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