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마·태풍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까지 현장 상황 여의치 않아
전문가 "공사 진행률·신규 수주 감소 우려에 하반기 실적 하향 조정 가능성"
지난달 6일 밤사이 내린 폭우로 가설 교량용 난간 및 복공판 등이 유실된 세종시 연기면 금강보행교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홍역을 앓았던 건설업계가 하반기에도 실적전망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태풍·장마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0포인트 하락한 73.5를 기록했다.

CBSI는 현재 건설경기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수치로 환산한 지표다. 100을 기준선으로 낮을수록 비관적, 높을수록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4개월 동안 60선의 부진을 지속하다 6월 14.6포인트 반등하며 80선에 근접했다.

그러나 7월 다시 1.9포인트 하락한 뒤 8월에도 4.0포인트 하락하며 다시 70선 초반인 73.5까지 떨어졌다.

건산연은 하락 배경으로 ‘혹서기 공사가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과 ‘장마’를 꼽았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통상 8월 혹서기 공사 물량이 감소하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지수가 전월 대비 4~6포인트 감소한다”며 “특히 세부 BSI를 분석한 결과 건설공사 기성 BSI가 전월보다 14.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최장기간인 50일 이상 장마가 지속되면서 건설기업들이 기성 및 공사 진척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장마는 지나갔지만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 제8호 태풍 ‘바비’에 이어 9호 태풍 ‘마이삭’까지 한반도를 관통해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바비는 진행 도중 내륙에서 100㎞ 이상 떨어져 바다로 이동했지만, 마이삭은 태풍 중심부가 내륙을 관통할 예정이어서 바비보다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태풍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지침은 내려진 상황”이라며 “바비 때도 대비를 다 했었는데 다행히 일기예보와 다르게 진행되면서 큰 피해는 없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기본적인 대비는 다 해놓은 상태”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도 끊임없이 건설업계를 괴롭히고 있다. 사그라들던 확산세가 8월 중순 이후 다시 불처럼 번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대형 건설사를 비롯한 업계 대부분은 2~3교대 재택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3단계 격상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차질이 예상되는 쪽은 현장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건설사 실적에서 코로나19가 국내 건설현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사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업체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대한 우려는 곧 하반기 실적 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상당수 건설사가 3단계에 준하는 기준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어 실제로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공사 진행이 느려짐에 따라 대형건설사 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리두기 3단계 강화 시 현장 공사 진행률이 느려지는 것보다 좋지 않은 건 신규 수주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발주처 사업화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고 조합 총회 등이 미뤄지면서 주택 신규 수주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고대하던 해외 수주 소식은 대체로 지연됐고 당장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하면서 2분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며 “하반기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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