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중 처음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긴박했던 하루였다. 지난달 31일 KBO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를 배출했다. 모두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대처는 기민했다. 전 세계 모범사례로 꼽히는 K-방역이 빛을 발했다. KBO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한화 이글스 구단은 재빠르게 대처했다. 그 결과 '리그 올스톱'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 그렇지만 뭔가 아쉽다.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확진자 A의 이름이 빠르게 퍼지며 해당 선수는 대역죄인으로 전락했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대의 아래 개인정보가 희생된 모양새는 옥에 티다.
 
다음 날인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KBO리그 중단을 결정하지 않았다. KBO의 철저한 방역과 한화 구단의 빠른 대처가 리그 파행을 막았다. A와 접촉한 한화 1군 소속 두 명의 선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1일 예정됐던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서울 잠실구장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KBO는 1일 오후 A뿐만 아니라 한화 육성군에서 생활했던 B의 확진 사실도 전했다. 여기에 한화 퓨처스 소속 97명 중 50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화 2군과 지난달 25~26일 서산구장에서 경기를 가진 LG 2군팀에 대한 전원 검사도 실시했다. 검사 결과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현재까지 서산발 코로나19 폭풍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리그 중단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산발 쇼크를 계기로 KBO는 1일 각 구단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매뉴얼의 엄격한 준수 등 추가 대응 지침을 강조했다. 선수단의 개별 모임을 금지하고 타 구단 선수와 악수, 식사, 동일 이동 수단 이용 금지, 버스 탑승 금지 등을 지시했다. 위반 시 강력히 제재한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이번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KBO리그 구단과 선수단의 철저한 방역 태세를 다시 갖추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철저하고 투명한 대처로 리그 운영을 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프로선수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서 A선수의 실명이 공개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선수 실명이 공개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프로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지목된 한화 이글스 투수 신정락. 연합뉴스

선수 확진과 관련해 억측과 루머가 난무하는 것보다 실명 공개로 밀접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대응하게 현명하다는 실명 공개 찬성 여론도 있지만 A 선수 실명 공개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악플과 차별, 낙인 찍기 등을 고려할 때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실제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코로나19 1차 확산기였던 3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추가 피해'를 5점을 만점으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두려워하는 정도는 평균 3.52로 높았다. 이는 '무증상 감염'(3.17점), '증상이 있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것'(3.1점)보다 더 높은 점수다.

유 교수는 "확진자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거나 추궁하는 태도로 임하지 말아야 한다"며 "낙인이나 개인 인권보호가 방역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스포츠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앞으로 코로나19 감염자는 추가적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때마다 확진자의 신상을 털고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다면 또 다른 2차 가해가 될 뿐이다. 감염의 원인과 경로를 따지면서 어떻게 대처하고 확산을 막을지를 먼저 고민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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