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정민규. /한화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다이너마이트 타선’ 재건 청사진을 그린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2021 1차 지명 신인으로 부산고 내야수 정민규(17)를 지명했다. 

1차 지명 결과 발표일은 지난달 23일이었으나 올해 바뀐 규정으로 지난 시즌 최하위 롯데와 9위 한화는 연고지 지명을 보류하는 대신 전국구 지명권을 가지고 일주일 동안 고심했다. 한화는 장고 끝에 투수가 아닌 올해 고교 최고의 거포 유망주로 꼽히는 정민규를 선택했다. 

183cm, 88kg 체구의 우투우타인 정민규는 유격수와 3루수를 맡은 내야수다. 고교 3년 통산 장타율 0.577(타율 0.371)을 기록한 장타력이 뛰어난 유망주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풋워크를 지녔다. 올해 10경기에서 타율 0.325(40타수 13안타) 1홈런 7타점 6득점 4사사구 8삼진 장타율 0.500 4도루를 기록 중이다. 애초 롯데의 1차 지명 후보로 꼽혔지만 포수를 지명한 고향팀 대신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상군(58) 한화 스카우트 총괄은 "정민규의 뛰어난 장타 생산 능력을 비롯한 타격 능력을 높게 샀다”면서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와 안정된 움직임을 갖추고 있어, 향후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민규가 높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만큼 향후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민규. /OSEN

한화의 팀 사정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이다. 한화 타선은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장종훈(52ㆍ한화 코치), 김태균(38), 이범호(39ㆍ은퇴) 등 전통적으로 거포가 많았다. 그러나 한화는 갈수록 대포 군단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장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팀 홈런 88개에 그쳤다. 10개 팀 중 3번째로 적은 수치다. 2018년 151개(7위), 2017년 150개(5위), 2016년 142개(5위), 2015년 130개(8위) 등 최근 5년간 한 차례도 팀 홈런 부문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올해도 2일 오전 기준 홈런 50개를 때리는 데 그쳐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팀 장타율 역시 2018년 9위(0.422), 2019년 9위(0.362)에 그쳤다. 올 시즌도 0.328로 단연 꼴찌다.

팀 내 거포들이 대부분 30대 중ㆍ후반이라는 점이 한화에 더 큰 고민을 안긴다. 한화의 젊은 타자 중 거포형 타자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지난해 유일하게 20홈런을 넘긴 이성열(36)과 4번타자 김태균, 올 시즌 팀 내 홈런 1위(7위)인 최진행(35) 등은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베테랑들이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올 시즌에도 악조건 속에서도 강재민(23), 윤대경, 김종수(이상 26) 등 젊고 유망한 20대 투수들을 대거 발굴했다. 마운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야수 쪽에서는 노시환(20)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젊은 거포를 찾는 게 중대 과제다. 하지만 자원 자체가 많지 않다. 최원호(46) 감독대행도 “아직 젊은 선수 중에 장타를 칠 선수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지난해 입단한 노시환, 변우혁, 조한민, 유장혁(이상 20) 정도가 미래 거포가 될 잠재력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다. 한화로서는 이들이 빨리 성장하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변우혁은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 중이고, 변우혁, 조한민, 유장혁도 병역을 해결해야 한다. 군 문제는 구단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젊은 선수들이 군에 입대하고 돌아오는 시기가 서로 순환돼야 전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정민규의 가세는 군 순환에 도움이 되고, 기존 내야 유망주과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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