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의 스프레이차트.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LG 트윈스 로베르토 라모스(26)는 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5-4로 앞선 4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무사 2ㆍ3루에서 SK 세 번째 투수 김세현의 3구째 속구를 통타해 달아나는 우중월 3점포를 작렬했다.

이 홈런으로 98경기 만에 30홈런을 달성했다. LG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 타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종전 기록은 이병규(46ㆍ 현 LG 타격코치)가 1999년 기록한 30홈런이다. 앞으로 추가하는 홈런은 LG의 역사를 새로 쓴다. 아울러 홈런 선두인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30)를 3개 차로 바짝 추격했다.  

라모스는 지난 5월 타율 0.375, 10홈런 21타점으로 대폭발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OPS(출루율+장타율)가 1.264에 이를 정도로 위협적인 타자였다. 하지만 허리를 다친 6월부터 부진에 빠져 LG에 고민을 안겼다. 6월 홈런 3개에 타율 0.284에 그쳤고, 7월에도 6홈런 타율 0.270으로 주춤했다. 장타율은 5월 0.813에서 6월 0.446, 7월 0.517로 급감했다. 7월 말에는 극심간 타격 부진에 4번에서 6번으로 타순이 강등되기도 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페이스를 되찾았다. 지난달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2호 홈런을 쏘아 올린 이후 4경기 연속 대포를 터뜨리는 등 10경기에서 무려 홈런 6개를 몰아쳤다. 8월에 10홈런 장타율 0.640를 기록했다.

특유의 장타력이 살아난 비결은 뭘까. 데이터는 히팅포인트 변화와 패스트볼 집중 공략을 가리키고 있다. 라모스는 시즌 초반 이른바 '부챗살 타법'을 선보였다. 외야 전 방향에 걸쳐 폭넓게 안타를 생산해내는 스프레이 히터에 가까웠다. 하지만 힘이 잘 실리기 쉬운 당겨 친 타구의 비중이 6월과 7월 감소하면서 장타력이 함께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8월 이후 당겨 친 타구 비율이 높아졌다.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타격 타이밍을 빨리 가져갈 때 당겨치는 경우가 많다.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는 것은 말 그대로 공 한 두 개 크기 정도 앞에서 방망이와 공을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면 타구에 힘이 실려 장타력이 상승한다. 단 타구를 보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져 변화구에 속을 확률이 높다. 반면,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면 변화구에 대처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타구에 힘을 싣기 어려워진다. 배팅파워가 대단한 라모스라 앞에서만 맞으면 완전한 스윙을 하지 못해도 장타를 생산하기에 충분하다. 

라모스의 구종별 타율.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국내 스포츠 데이터분석 전문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시즌 초반 필드 전역으로 고르게 형성되던 장타는 8월 이후 비교적 당겨 친 타구에 집중됐다. 속구 공략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타격 타이밍을 빨리 가져갔을 때 패스트볼과 오프스피드 피치(체인지업, 포크볼, 스플리터)에 대한 대응이 유리해지지만, 각이 큰 변화구는 공을 볼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라모스의 패스트볼 상대 타율은 7월 0.293에 그쳤으나 8월 0.372로 급등했다. 반면 슬라이더 상대 타율은 7월 0.238에서 8월 0.105로 감소했다. 8월 패스트볼 장타 비율도 지난달 58%에서 79%로 증가했지만,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 장타 비율은 20%에서 7%로 낮아졌다. 라모스가 변화구를 버리고 직구를 과감히 공략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라모스는 이미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가 기록한 LG 구단 외국인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종전 26개)을 넘어섰다.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도 눈앞이다.

이제 LG 타자 최초 홈런왕이라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 현재 페이스라면 40~45홈런을 기대해 볼 수 있다. KBO리그 39년 역사 속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LG 출신 홈런왕도 바라본다. 역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1998년 OB 베어스 타이론 우즈(42홈런)과 2018년 두산 베어스 김재환(44홈런) 둘 뿐이다. LG 구단 역사상 최고 외인 타자 라모스가 새 역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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