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 포스터./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테넷’(8월 26일 개봉)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놀란 감독 작품 중 가장 신선했다’는 평과 ‘무슨 영화를 보고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난해하다’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테넷’은 복잡한 구성을 띤다. 회전문을 통한 ‘인버전’(시간 역행)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시간 개념을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에 내포된 여러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단순하게 관람하는 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답이기도 하다.

주인공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과거를 파괴하려는 미래 세력의 공격에 맞서 과거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오페라 작전에서 사람들을 구하려 한 주도자는 테넷으로 불리는 물건을 빼네는 데 성공하지만 정체가 발각돼 고문을 당하게 된다. 자살을 유도하는 알약을 먹고 쓰러진 주도자. 의식을 되찾은 주도자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미래 세력의 공격에 맞서 인류를 구하라는 것이다.

인규를 구하라는 지령을 따라 어떤 연구원을 만나게 된 주도자는 사물의 엔트로피(에너지의 흐름)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인 ‘인버전’을 알게 된다. 즉 과학적 명제에 따르면 시간이 정방향으로 흐를수록 엔트로피 역시 증가한다. ‘테넷’은 엔트로피의 흐름을 거꾸로 되돌린다면 사물에 적용하는 시간도 되돌릴 수 있다는 이론을 펼친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인버전’이며 미래 세력과 손잡은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회전문이 시간을 되돌리는 수단이다. 또 ‘인버전’된 상태에서는 호흡기관 작동도 역방향이라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마시게 된다. ‘인버전’한 이들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시간이 순행하는 동안에는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영화 '테넷' 리뷰.

다소 복잡한 구성을 띠고 있는 ‘테넷’에는 여러 물리학 이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할아버지 역설, 슈뢰딩거의 고양이, 다중 우주 등 어려운 개념들이 섞이지만 굳이 이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영화 속 대사인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처럼 극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편안한 관람법이다.

제작비를 2400억 원 들인 대작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실제 보잉 747 비행기를 동원한 실제 폭파 장면 촬영과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초대형 야외 세트 건설, 미국,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인도까지 해외 로케이션 사상 역대 최다인 세계 7개국 현지 촬영을 진행했다.

액션의 쾌감을 주는 명장면 역시 수 없이 많다. 비행기 액션신 외에도 특히 과거로 돌아간 주도자와 사토르의 카체이싱신은 시선을 붙잡는 장면이다. 과거의 주도자와 시간을 역행해 돌아간 주도자가 만나 싸우는 장면 역시 기존의 시간여행 영화와는 전혀 다른 쾌감을 준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할 수 있다는 ‘테넷’의 이론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다만 인물들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주도자는 남편인 사토르에게 억압 받는 삶을 살고 있는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에게 연민을 느끼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갑자기 발전한다. 주도자는 캣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데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해답 역시 미래에서 온 닐(로버트 패틴슨)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퍼즐이 맞춰진다. 주인공 주도자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첩보물 성격을 띤 영화다. 인류 멸망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같은 존재를 주도자가 표현한다.

러닝타임 150분. 12세 관람가.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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