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시계가 어느덧 팔부능선을 향해와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연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여전히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여파가 온 세상을 뒤흔드는 힘든 나날이다.

하지만 주식시장만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정상화가 진행 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2,1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가 일순간 1,400선대까지 무너지며 역대급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즈음 일명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투자자가 떠난 자리를 매워주면서 증시를 떠받혔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촉발된 개인투자자의 대거 유입이 주가의 V자 반등을 이끌며 증시는 코로나 위기 전으로 회복된 상황이다. 이제는 연말을 앞두고 2,500선대를 내다보는 기대감이 고개를 내민다.

그렇지만 개인들의 주식투자를 부추긴 배경에는 초저금리의 시중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0%대로 주저앉은 은행 예금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시중부동자금이 증시에 몰려 주가반등에 힘을 보탰다. 지금은 차익실현으로 재미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직접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러한 밝은 면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개인들의 주식투자에 들어간 돈의 출처다. 폭락한 주식시장에서 저가매수를 겨냥해 몰린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은 빌린 돈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각종 통계가 ‘빚투(빚내서 투자한다)’의 위험수위를 경고하고 있다. 증시 호황에 편승해 ‘빚투’열풍이 사상 최대로 달아올랐다. 한국투자금융협회에 따르면 ‘빚투’현상의 바로미터격인 증권사 신용거래 융자잔고가 8월31일 기준 16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주가폭락 당시 6조원 수준이던 규모가 불과 5개월 만에 10조원이 넘게 불어난 것이다.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가 급격히 소진돼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속출하고 있다. ‘빚투’열풍은 은행권 가계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세에도 한몫했다.

그런데도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앞으로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금에 대한 대체수단으로 주식에 대한 대안투자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고객예탁금이 100조원을 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초저금리시대에 주식투자가 유일한 재산증식 수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패닉바잉(공황구매)’의 ‘쏠림현상’이 이어진다면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걷잡을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빚투’가 연간 GDP규모에 이르는 역대 최대 1,700조원을 넘보는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된다는 점이다.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큰 증시 움직임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초저금리에 기댄 유동성이 지배하는 비정상적 시장이다. 단타성 투기목적을 위해 ‘빚투’에 유혹당하기 쉬운 시장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주식시장에는 여러 악재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설 땐 ‘빚투’가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불길한 상황이 맞물린 다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작동할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성장률을 삼키는 블랙홀이다. 더욱이 과도한 부채와 부실화는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잠재적 요인이기도 하다.

경제위기의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금융당국은 ‘빚투’로 야기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가계부채의 연착륙과 금융의 건전성을 염두에 둔 정책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치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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