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레프트 김연경(32)의 활약을 앞세워 컵대회 ‘무실세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2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조별리그 순위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6 25-20 25-22)으로 제압했다. 8월 30일 현대건설전(3-0)과 같은 달 31일 IBK기업은행전(3-0)에 이어 대회 무실세트 3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은 4일 오후 3시 30분 현대건설과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김연경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7점, 2차전에서 18점(공격성공률 52.94%)을 올리고 순위결정전에서 17점을 기록했다. 득점 기록상으론 이재영(19점-17점-19점)에게 밀리지만, 흥국생명의 구심점은 사실상 김연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빈틈 없어진 흥국생명

이숙자(40)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3일 본지와 통화에서 “흥국생명은 이미 김연경이 오기 전부터 멤버 보강이 된 팀이다. 공수 능력을 겸비한 국내 최고 레프트 이재영(24)이 포진해 있는데 더 레벨이 높은 세계적인 공수겸장 김연경(192cm)이 합류했다”라며 “팀이 공격뿐 아니라 높이까지 높아지면서 블로킹, 서브, 수비까지 빈틈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입단하기 전에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다영(24)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간판 스타 이재영을 잔류시켰으며 라이트에는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29ㆍ아르헨티나)를 포진하게 했다. 센터진은 베테랑 김세영(39)과 신예 이주아(20)로 꾸렸다.

컵대회 뚜껑을 열어 보니 흥국생명은 예상대로 막강했다. 대회 조별리그 두 경기에 출전한 6개 팀 가운데 공격종합 성공률(41.75%)과 오픈 공격 성공률(38.20%), 속공 성공률(50.00%), 시간차 공격 성공률(69.23%), 후위 공격 성공률(42.86%) 등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리시브 정확’ 수치에서 ‘리시브 실패’ 수치를 빼고 ‘디그 성공 수’를 더해 세트 수로 나눈 ‘수비 세트당 평균’ 지표에서도 2위(28.833)를 기록했다. 블로킹에선 세트당 2.333개로 3위에 포진했다.

이숙자 위원은 김연경의 경기력에 대해 “과거 국내에서 뛰었을 당시(2005~2009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그때도 잘했지만, 해외 진출로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지금은 노련미가 더해졌다. 그때와 지금의 김연경은 확실히 다르다”고 짚었다.

김연경으로 인한 선수단의 동기부여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숙자 위원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선수다. 같이 연습하는 선수들 중엔 김연경을 보며 배구 선수의 희망을 키운 선수도 있을 것이다. 김연경과 함께 훈련하는 자체를 선수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같이 뛰는 외국인 선수도 김연경과 함께 뛰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선수단. /KOVO 제공

◆이재영도 욕심내는 컵대회 우승

흥국생명의 전력이 워낙 강해 대회 무실세트 우승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숙자 위원은 “불가능은 아닐 것 같다. 멤버들이 좋고 개인 기술도 좋아 지금도 잘하고 있다”라며 “물론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완벽하게 들어맞는 전력은 아니다. 호흡을 더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런 빈틈을 다른 팀들이 노릴 수 있다. 실책으로도 상대 팀에 세트를 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이숙자 위원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호흡을 잘 맞춰 임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100%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팀 전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일단 높이가 있는 팀들이라면 흥국생명과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재영은 순위결정전 직후 “팀이 높이가 좋아져서 블로킹이나 공격이 더 나아진 것 같다”며 “프로 입단 후 컵대회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김)연경 언니와 루시아, 쌍둥이 자매인 (이)다영이가 함께 있을 때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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