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당과 과천시 반대에 밀려 국토부 한발 물러나
국토부 "과천시 단기적으로 공급 많아…속도조절 차원" 해명
과천정부청사 일대 전경. /과천시의회 제공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부가 8·4 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내년도 사전분양 물량 3만 가구의 입지와 분양 일정을 다음주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물량은 제외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과천지구에서 7000가구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당 의원과 과천시의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주 발표될 수도권 사전분양 물량 3만 가구 대상지 중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물량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사전청약으로 6만호(2021년 3만호, 2022년 3만호)을 제시했다. 다음주 있을 대상지 발표는 내년도 사전 청약 물량이다. 이번에 포함되지 못하면 내후년 사전청약 때 포함돼야 한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과천정부청사 물량의 청약 일정은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정부의 수도권 공급대책 중 서울 노원구와 강남권이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강남과 인접해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과천도 주요 지역 중 하나다. 정부과천청사 일대에는 40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청사 유휴지가 과천 내에서도 '노른자 입지'인 만큼 청약 수요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았다.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고, 인근 시세가 높아 큰 시세차익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천청사역 인근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만큼 청사 유휴지 사전 분양은 일부 수도권 주택 수요도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후분양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무리해서라도 사전 청약을 진행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핵심 입지에 대규모 공급을 함으로써 수요를 흡수해 수도권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준강남 입지인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물량은 사전 청약 대상지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일단 국토부가 과천청사부지를 내년도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제외하기로 한 이유는 과잉 공급이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과천지구에서 7000가구 대규모 공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4000가구까지 공급되면 정주여건 악화와 시장 혼란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과천정부청사 유휴지가 이번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제외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천의 공급물량이 많아 속도조절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정부과천청사 유휴지 천막 집무실에서 김종천(오른쪽부터 두번째) 과천시장이 공공주택 공급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시청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천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데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국토부에서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내후년 있을 사전청약을 위해 3만호를 더 선정할 계획이기 때문에 과천정부청사 물량이 아예 배제됐다고 보긴 힘들다.

과천정부청사 유휴지는 현재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이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두 번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지난 2일 "일대 주택공급계획이 강행된다면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 건설과 관련한 일체의 행정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집무실도 청사 유휴부지에 설치한 천막으로 옮겼다. 김 시장은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 공급계획 철회시 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집회에는 과천 시민 3000여명이 운집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공급 계획 철회를 위한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도 출범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천·의왕시를 지역구로 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과천의 상징이자 숨통인 공간을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은 합당한 활용방안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과천의 경우 반발이 가장 거셌던 지역이기도 하고 여당 의원들의 반대도 이어졌다"며 "그간 수도권 공급대책으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어온 정부가 이를 봉합하기 위해 과천을 내년도 사전청약에서 배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과천시의 반발과는 무관하며 활용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정부청사 유휴지의 사전 청약 제외는 앞서 말했듯 단기적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있어서"라며 "과천시의 반발과는 무관하다. 활용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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