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호평 받은 이희준이 친근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나문희와 함께 호흡한 영화 ‘오!문희’(2일 개봉)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어린 딸을 동시에 책임지는 보험회사 직원 두원으로 분했다. 영화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와 물불 안 가리는 막무가내 아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 수사극을 다룬다. 이희준은 극 중 어머니를 향한 원망과 애정을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하는가하면 코믹한 연기도 소화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6년 4월 모델 이혜정과 결혼해 지난해 12월 아들을 품은 이희준은 “아이가 생기니 부모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다”며 “아이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 속 영화를 개봉하게 됐는데.
“사실 지난 해 추석에 기획된 작품인데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심해져 개봉이 더 미뤄졌다. 지금이나마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 무대인사로 홍보활동을 하고 싶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도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우리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 ‘오!문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대본이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관객들이 재미있어할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아빠가 사건을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는 과정이 공감됐다. 처음에는 소소한 이야기 속 보험회사 직원이 멋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촬영을 하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여섯 살 난 딸을 혼자 키우면서 버티는 게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아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모든 부모님들이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두원의 부성애가 인상적이다. ‘오!문희’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찍은 작품이고 지금은 진짜 아빠가 됐다. 부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을 것 같다.
“아이를 갖게 되니 정말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됐다. (웃음)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아이를 보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아이가 안 깨고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훨씬 더 예뻐 보인다. (웃음)”
-나문희와 모자(母子) 호흡을 맞췄는데 호흡은 어땠나.
“나문희 선생님은 같이 연습하거나 리허설 할 때 느낀 부분을 바로 말해주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선배가 굉장히 고맙고 편하다. 좀 더 맛있게 ‘엄니’를 부르라고 조언했다. ‘엄니’라는 대사만 30번 넘게 말했다. (웃음) 선생님은 굉장히 소녀 같으시고 일상에서도 여성스럽다. 극 중 방귀를 뀌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어려워하셨고 민망해하셨다. 효과음으로 방귀 소리를 냈는데도 부끄러워하셨다.”
-어머니와 아들 간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너무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정말 자연스러운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표현하려고 했다. 동시에 치매에 걸린 엄마를 모시고 사는 게 얼마나 고단할지,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연기했다.”
-코로나19에 영화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는데 촬영 중인 ‘보고타’의 경우 촬영이 중단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변화가 있을텐데.
“코로나 상황으로 나도 일을 못한 지 한참 됐다. ‘보고타’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을 멈추고 귀국한 후 수입이 딱히 없다. 그렇지만 어쩌면 아이가 말 못하고 기어 다닐 때가 가장 많이 챙겨줘야 하는 순간인데 온전히 함께 하게 돼 육아휴직 선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바빴으면 이 순간을 못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나 가족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오지는 않나.
“사실 예능이 편하지 않다. 영화 홍보 차원에서 용기를 냈는데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굉장히 편했다. 육아 예능과 가족 예능은 너무 부담스럽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 이렇게 연관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내 역시 아티스트인데 활동은 활동대로 편하게 했으면 한다. 또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찍는 것도 조심스럽다. 엄마, 아빠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야 하는 게 편하지 않다.”
-유명세를 얻으면서 공황장애가 찾아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황장애는 많이 좋아졌다. 법륜스님 한 마디로 괜찮아진 것 같다. 그 느낌으로 영화로 만들었고 그 이후 법륜스님의 정토회에 가입하고 활동 중이다. 108배도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 있다.”
-꾸준히 108배를 하는 이유가 뭔가.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다. 항상 어제를 생각하면서 108배를 한다. 전날 가장 부끄러운 내 모습, 싫어하는 행동,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을 보고 절을 한다. 종교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수행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나, 못난 나에 대해서 하는 것이다. 108배를 다 하다보면 내가 못나고 혼내야 하는 애가 아니라 그것도 나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