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반기 제약·의료·바이오 M&A 전년 대비 3.7배 증가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의료·바이오 M&A가 전년 대비 3.7배 증가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혹한기인 가운데 제약·바이오 분야는 전년 대비 성장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아직 미미하지만 크고 작은 인수합병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M&A 전문 분석업체 머저마켓이 발표한 2020년 한국시장 상반기 M&A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M&A 시장 규모는 총 149억달러(164건)로 집계됐다.

이는 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256억달러에 비해 42.1%나 급감한 수준이자 2013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올해 상반기 M&A가 가장 활발했던 섹터는 34억달러(14건) 딜이 이뤄진 금융 서비스 산업이었다. 이어 제약·의료·바이오 산업(25억달러·14건), 공업·화학(23억달러·39건), 교통·운송(9억4900만달러·6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제약·의료·바이오 M&A는 전년 6억6100만 달러(13건)에서 3.7배 증가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 상반기 제약바이오 빅딜 이어져

녹십자홀딩스(GC)는 지난 7월 그리폴스에 GC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2곳을 4억600만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녹십자홀딩스의 혈액제제 캐다나 생산법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 GCAM(Green Cross America) 지분 100%를 그리폴스로 양도하는 조건이다.

녹십자홀딩스가 복수의 해외 계열사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매각하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녹십자홀딩스는 해외 계열사를 정리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녹십자홀딩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그간 이원화돼 있던 북미 혈액제제 부문 구조를 GC녹십자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녹십자홀딩스의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GC녹십자헬스케어는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인 유비케어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이를 위해 총 208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도 지난 6월 다케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프라이머리케어 사업부를 2억7800만달러(33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다케다제약이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대한 권리를 가져오는 조건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빅딜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전문 기업에서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지난해 BMS가 셀진을 740억달러에 인수했다. /연합뉴스

◆ 글로벌 제약바이오 몸집 불리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사업 재편 등을 위해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8월 65억달러(약 7조7000억원)를 들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모멘타제약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일어난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길리어드에 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 거래가 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기업가치(부채 포함)가 1400억달러(약 168조원), 길리어드는 960억달러(약 115조2000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인수합병 사례는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셀진을 740억달러(약 88조8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두 회사는 합병 후 기업 가치가 876억달러(약 105조1200억원)에 달했다.

◆ 하반기 제약바이오 M&A 지속 전망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M&A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화약품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선택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7월 척추 임플란트 전문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디쎄이’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동화약품이 취득한 메디쎄이 주식은 총 201만8198주, 195억7652만 원 규모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오는 24일로 취득 후 동화약품이 소유하게 되는 메디쎄이 주식 지분율은 52.93%다.

한국콜마는 이달 10일 임시주총을 열어 매각결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7월 7일로 예정됐던 임시주총을 무기한 연장한지 두 달 만이다.

다만 세부협상에 따라 거래 조건 변경으로 인해 매각 대금이 최대 15% 가량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 2월 자회사 콜마파마의 보유지분 62.1% 전량과 한국콜마의 CMO(위탁생산)사업부문을 IMM PE에 75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인수할 때 9000억원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당시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빅딜이었다.

하반기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M&A가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에이프로젠의 계열 3사 합병도 시장의 관심사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KIC와 에이프로젠H&G 등과의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합병 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이후 지난 4개월간 금감원의 승인을 얻는 과정이 쉽지 않아 합병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에 제출한 마지막 증권신고서 상 합병 일정에 따르면 합병 주주총회는 오는 29일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 등을 거쳐 합병기일은 11월 3일이 된다.

다만 에이프로젠은 이번에도 금융감독원의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에이치엘비는 지난 1일 코스닥 상장 제약사인 메디포럼제약의 인수를 발표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2월 미국의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기업 이뮤노믹의 지분 51%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한바 있다. 에이치엘비는 본래 구명정과 파이프 제조업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수합병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인기 있는 기업이었고 끊임없이 인수합병을 했으며 파트너들과 신사업에 투자한 기업이었다”며 “에이치엘비도 이런 방법으로 바이오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인수합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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