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디지털 교도소’ 신상공개된 고대생, 스스로 목숨 끊어
‘디지털 교도소'. 성범죄·아동학대·살인을 저지른 악성 범죄자 신상 공개
잘못된 내용 올라오면 제재 힘들어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 공개된 고려대학생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한스경제=박창욱 기자]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던 고려대학교 학생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 공개’ 고대생 A씨 “억울해”

지난 7월 디지털 교도소는 A씨를 '지인능욕범'으로 지목하며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등 신상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또 A씨가 음란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며 텔래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 등도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글을 올리며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이 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이 있다"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국 A씨는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씨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 조문실'에는 "억울함을 풀도록 돕겠다." 등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A 씨가 다닌 학과 학생회는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 ‘디지털 교도소’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낀다"

‘디지털 교도소’의 시작은 ‘N번방’ 사건이었다. SNS 등을 통해 ‘박사’ 조주빈, 강훈 등의 신상이 먼저 공개됐고 웹사이트로 옮겨지면서 ‘디지털 교도소’가 됐다.

디지털 교도소가 각광을 받게된 건 세계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24)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계기가 됐다. 한국 사법부는 세계 32개국이 공조해 잡은 그를 고작 징역 1년 6개월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미국에서 송환 요청을 했으나 사법부가 거절했고 국민은 이에 분노했다.

디지털 교도소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다. 제보도 꾸준히 받고 있으며, 성범죄자 신상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사이트 소개에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신상공개를 한다는 것, 그걸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소개./ 디지털 교도소

◆ ‘디지털 교도소’의 부작용, 명확한 사실 관계 입증 못해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신상 공개에 대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 A씨의 사건 역시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한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하는 분들의 정의로운 생각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법이 그걸 따라가지 못해 위법적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혹여나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올라올 수 있다"며 “더 높은 정의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니, 개인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기 보단 사회 제도 변화를 위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 같다. 자칫 울분, 분노 해소에 머물렀다간 시민 운동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가 해외에 있고, 사건 연루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미 특정된 피의자들이 있어 국제 공조를 통해 엄중히 추적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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