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사상 첫 무실세트 우승 도전에서 졸지에 0-3 셧아웃 패배.

흥국생명은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세트(23-25)와 2세트(26-28), 3세트(23-25) 모두 접전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과 달리 준우승에 그쳤고, ‘배구여제’ 김연경(32)은 최우수선수(MVP)가 아닌 준우승팀 수훈 선수(MIP)가 되는데 머물렀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준우승

흥국생명과 김연경에겐 아쉬운 결과였지만,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하지 않고 다가오는 새 시즌을 철저히 준비하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기록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 다섯 경기에서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IBK기업은행과 조별리그 2차전(18점ㆍ52.94%), 현대건설과 준결승전(20점ㆍ51.28%)에서는 훌륭한 공격 성공률을 보였지만, 현대건설과 조별리그 1차전(7점ㆍ41.67%), 한국도로공사와 순위결정전(17점ㆍ38.71%), GS칼텍스와 결승전(13점ㆍ28.57%)에선 좋지 못한 효율을 나타냈다. 몸 상태가 100% 올라 오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물론 ‘김연경 효과’는 경기 안팎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세계적인 스타인 그의 합류로 흥국생명의 경기 분위기는 매 경기 활기가 넘쳤다.

이숙자(40)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름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선수다. 같이 연습하는 선수들 중에는 김연경을 보며 배구 선수의 희망을 키운 선수도 있을 것이다. 김연경과 함께 훈련하는 자체를 선수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같이 뛰는 외국인 선수도 김연경과 함께 뛰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만큼 팀 내부적으로 동기부여 효과가 컸다는 설명이다.

흥국생명 선수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OVO 제공

◆V리그에서 설욕 노리는 흥국생명

김연경의 영향력은 방송사까지 움직이게 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은 KBS 2TV가 생중계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여태까지 KBS 1TV가 생중계한 적은 있어도 광고가 붙는 KBS 2TV가 국내 프로배구 생중계에 나선 것은 컵대회는 물론 V리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흥국생명의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의 평균 시청률은 1.7%에 이르렀다.

현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복귀전인 지난달 30일 현대건설과 조별리그 1차전을 현장에서 지켜 본 한 배구 관계자는 “당시 김연경을 취재하기 위해 약 20개 언론사에서 40여명의 취재진이 파견됐다”고 열기를 전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미희(57)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인 GS칼텍스 선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그리고 분위기 면에서 앞섰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박 감독은 "보완해야 할 점이 정말 많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놓쳐 너무 아쉽지만, 이 아쉬움이 좋은 약이 됐으면 한다. 시즌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오늘이 헛되지 않도록 시즌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세터 이다영(24)과 루시아 프레스코(29ㆍ아르헨티나)가 서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박 감독은 사흘 정도 후 곧바로 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숙자 위원은 “흥국생명 선수단은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 완벽하게 들어맞는 전력은 아니다. 호흡을 더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김연경은 “다가오는 V리그에서 설욕하겠다”고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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