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 15억원→13억9000만원
한달새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
과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준강남으로 불리며 한때 수도권 집값 상승을 리딩하던 과천 아파트 가격이 빠지고 있다. 과천의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슈르'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는 지난달 1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월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급 과잉 우려가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일 1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가(7월) 15억원에서 1억1000만원 하락했다. 해당 거래건은 저층 매물이 아닌 20층으로 층수 탓 거래가가 낮게 나온 것은 아니다.

거래가가 3억원 가까이 빠진 곳도 있다.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 84㎡는 12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면적이 7월만 하더라도 15억1500만원과 15억7000만원에 2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한달 새 크게는 2억4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해당 가격은 지난해 중순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전용 59㎡는 지난달 13일 직전 거래가 대비 8500만원 낮은 13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8월에는 이 거래 외 13억8000만원 거래도 있다. 13억원 대로 가격이 굳혀지는 모습이다.

과천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조금씩 호가가 내려가는 듯한 모습"이라며 "대출이 잘 안되니 그렇다고 거래가 많은 편도 아니고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듯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매수 문의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마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개발과 과천지구 등 아직 공급 물량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굳이 사려고 하지 않는 듯 하다"며 "게다가 대출도 많이 나오지 않으니 사려는 사람이 적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매매가 주간 변동률은 지난달 17일부터 0.10%, 24일 0.10%, 31일 0.07%를 기록했다. 둔화되는 폭이 크진 않지만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천은 지난해 한동안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곳이다. 지난해 5월20일 32주 동안 상승세를 보이다가 12월 마지막 주에 상승을 멈췄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현황에 따르면 과천의 매매가는 11.3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매수심리 감소가 원인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지, 자금출처조사 강화 등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매수심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급 과잉 우려로 매수세가 끊기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과천지구에서 7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8·4 대책에서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개발로 4000가구 조성이 예고된 상태다. 이 외에도 주암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총 2만1000여 가구의 택지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과천 인구수가 6만1902명인데 이들의 4분의 1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공급된다는 얘기다. 이들을 가구수로 범위를 좁히게 되면 수용 가능한 인구수는 더 늘어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천 과천지구와 주암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지구 등 앞으로 저렴한 공급물량이 나올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보니까 가격이 조정되는 듯 하다”며 가격을 단기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규제와 과잉 공급 우려가 맞물리면서 과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 듯 보인다"며 "특히 전셋값은 해당 지역의 선호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데, 전셋값이 급락한 모습을 보이면서 집값도 이런 흐름에 따라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시장 안정세 신호는 아닌듯

과천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하다 1순위 요건 강화로 인해 4월부터 크게 떨어졌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1순위 의무거주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당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중순까지 4억원 중반대의 전셋값을 기록했던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면적 60㎡은 지난달 최고가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때와는 1억원 이상 차이나는 가격으로 아직까지 전셋값 회복을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천 아파트값 하락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안정세로 접어든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과천은 과잉 공급 등 특수한 상황인데다, 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도시라는 이유에서다. 송 대표는 "과천은 자족기능이 좋아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그간 서울의 강남과 인접하다는 이유에서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던 곳"이라며 "다른 자족기능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는 과천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집값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가격이 15억원 초과하는 아파트의 경우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그러다 보니 거래량이 많지 않고 한건 거래됐을 때 신고가가 나타나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만약 고가 아파트가 위축될 경우 전체적인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의 고가단지의 경우 조정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만약 조정되더라도 호재가 생기거나 시장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면 기존의 상한선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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