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회사 어려움은 임직원에 분담요구… 대한항공 내부서 불만의 목소리
조현민 한진칼 전무. /한진그룹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한진의 신규 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총수 일가가 결속력을 다지는 반면, 대한항공 임직원은 여전히 임금 반납·승격 연기 등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손꼽히는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례없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고통 분담을 위해 급여의 일정 비율을 반납하고 있다.

최근 조현민 전무는 임원직에 신규 선임됐고, 조 회장도 올해 초 홀로 회장직에 승격되는 등 총수 일가의 인사는 빠지지 않고 거듭되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지난 1일부터 한진의 마케팅 총괄 신규 임원(전무)과 토파스여행정보의 신사업 및 사업전략 담당 임원(부사장)에 선임됐다.

토파스여행정보에서는 경영 정상화 전까지 무보수로 근무한다. 신규 선임된 회사 중 한진에서만 보수를 받는다.

한진그룹은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비중이 커지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사업의 폭도 넓히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강성부 펀드(KCGI)등 한진그룹 반대 세력은 이번 인사에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KCGI는 “(조 전무는)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내에서 무려 4개의 임원직을 겸직하게 됐다”며 “향후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상당한 보수를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와 직원들이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조현민 전무가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CGI와 주주연합을 구축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현민 전무의 언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KCGI 편에 섰고, 배당금을 제외한 수입은 현재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대조적이다.

또 조원태 회장은 올해 대한항공에서 받는 보수의 50%를 반납하고 있다. 상반기 총 보수는 8억6620만5600원이다. 이는 조 회장 홀로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격됐기 때문에 받는 보수다. 승격을 감안해도 조 회장이 상반기 받은 보수는 故(고) 조양호 전 회장의 2018년 급여 기준 약 4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전 임직원이 급여 반납, 무급휴직, 승격 연기 등을 통해 회사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보수액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이번 정기 승격은 관행대로 지난 4월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승격 직전 대한항공의 발표로 잠정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임직원들은 임금 반납과 무급휴직도 모자라 승격마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조 회장의 회장직 승격은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불만거리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의 회장직 승격은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라며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는 대신 보수 반납을 통해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승격 시기는 관행에 따라 지난 4월이었다. 코로나19 등을 감안할 때 외부인의 입장에서 결정사항 집행을 미루는데 충분한 시간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해도 조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승격을 미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 중인 KCGI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등 회장직 승격을 통한 지지층 결속도 필요했기에 승격을 연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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