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홍보영상 'A Day Without K LEAGUE'의 장면들. /K리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올 시즌 ‘마케팅’으로 울고 웃었다. 지난 5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2라운드에서 발생한 ‘리얼돌 응원단 설치’ 사태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서울 구단에 제재금 1억 원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한번 실추된 K리그의 명예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웠다.

◆리얼돌 사태로 마케팅 중요성 재확인

프로축구연맹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달 대대적으로 마케팅 규정을 손봤다. 마케팅 규정에 허용된 광고보드 이외의 광고물 또는 상업 광고 노출로 인식될 수 있는 물건을 경기장 내에 설치할 경우 반드시 연맹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구단이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설치하도록 할 경우에도 해당된다.

기존 마케팅 규정에서 금지되거나 종교ㆍ정치적 내용, 인종차별, 성차별, 음란ㆍ퇴폐, 불법스포츠도박 등과 관련된 사업, 상품, 단체의 명칭 등이 포함된 광고물을 경기장 내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 광고물 규정도 강화해 광고물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나 종류의 물건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리그 공식 명칭 등을 사용할 권리가 없는 타인이 이를 사용하거나 연상케 하는 광고를 하는 '매복마케팅(앰부시 마케팅)' 행위를 막는 규정도 신설했다. 연맹으로선 리그 관련 마케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펀 마케팅’ 시도

홍역을 치른 연맹은 팬들에게 다시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재미를 추구하는 '펀(FUN) 마케팅'이 그 핵심 전략으로 간주된다. ‘펀 마케팅’은 최근 금융, 주류, 유통업계 등을 관통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 키워드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통칭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가 겹치면서 이른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중요시됐다.

연맹이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포털 등으로 선보인 홍보영상 ‘A Day Without K LEAGUE’는 대표적인 예다. 홍보영상은 어느 날 갑자기 K리그가 사라진 가상 세계에서 눈을 뜬 주인공의 시점으로 제작됐다. 여러 축구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다양한 가상 직업군으로 등장하는데 그것이 웃음 포인트다.

회오리 감자 슛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조재완(25ㆍ강원FC)은 회오리 감자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로 변신했고, '골무원' 주니오(34ㆍ울산 현대)는 연고지 울산 삼산동의 공무원으로 등장한다. 아이돌급 외모로 인기가 좋은 정승원(23ㆍ대구FC)은 실제 아이돌이 돼 월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호물로(25ㆍ부산 아이파크)는 품에 안은 딸을 유창한 한국어로 달래는 '딸 바보'가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간판 스타 스테판 무고사(28)는 ‘무사고’ 택시 운전사로 나타난다.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을 차지한 수원 삼성 마스코트 ‘아길레온’과 박문성(46) 해설위원의 축구 없는 삶도 흥미롭게 표현됐다.

이종권 연맹 홍보팀장은 7일 본지와 통화에서 “올 시즌 중요한 시점마다 고품질 영상 콘텐츠를 하나씩 내자고 한 사업의 일환이다. 이번이 시즌 2번째 콘텐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낸 것이다”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뉴미디어팀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K리그 선수들의 별명, 특징 등을 반영시키려고 노력했다. 사실 요즘 영상 콘텐츠는 굉장히 감각적이거나 보는 즉시 발상이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성공할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접근한 콘텐츠다”라고 강조했다.

크라운제과의 '키커 K리그 에디션'. /크라운제과 제공

◆제과업계와도 손잡은 K리그

뿐만이 아니다. K리그는 과자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최근 크라운제과와 후원 계약을 맺었는데 K리그가 과자업계의 후원을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은 ‘키커 K리그 에디션’인데 이는 이동국(41ㆍ전북 현대)을 비롯해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12명의 얼굴을 오리지널과 미니, 시리얼바 현미와 미니 등 4종 ‘키커’ 제품 패키지에 새긴 한정판이다.

‘키커’라는 과자명과 K리그 간판 선수들의 웃는 얼굴 이미지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K리그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친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종류마다 K리그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이 새겨져 있어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12번째 선수로서 K리그와 동행하는 좋은 기회를 살려 상생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황인 시기에 유통업계와 스포츠업계가 협업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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