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과 빛투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까지 연장하면서 은행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영끌과 빛투로 신용대출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당국이 대출만기까지 연장하면서 은행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하고 투자하는 말'을 일컫는다. '빛투'는 '빛을 내 투자한다'는 뜻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4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각 은행마다 적게는 6000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신용대출 잔액이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 4~6월은 각각 전월 대비 6000억원, 1조1000억원, 3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은 영끌과 빛투가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가 역대 최저급으로 낮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용도 등으로 대출을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62%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가진 주택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이를 30대 젊은층이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고 발언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5345건으로 전체거래 1만6002건의 33.4%를 차지했다. 지난 6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2.4%로 나타났다. 

공모주 청약에도 증거금이 대거 몰렸다. 지난 2일 종료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총 58조5542억원의 증거금이 모이며 역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세웠다. 주식 배정률은 0.12%, 경쟁률은 1500대 1을 넘겼다. 

또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는 30조9889억원의 증거금이 쌓였다. 경쟁률은 323.02대 1을 기록했다. 당시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대출 문턱을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칫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영끌·빛투 확산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 등과 같은 주식시장 이슈와 부동산대출규제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신용대출 계수가 커지고 있다”며 “신용대출만 커질 경우 여신 쏠림현상(포트폴리오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등으로 연체율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4월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 빌린 돈은 75조4000억원을 나타냈다. 기업대출은 1월 말 877조5000억원에서 4월 말 929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892조원에서 91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은행들의 연체율은 벌써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해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했지만 코로나19 대출 연체율이 반영되지 않은 시점에서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23~0.36%로 전월 0.21~0.33% 대비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20~0.48%로 0.18~0.38%와 비교해 상승했다. 이자 유예조치가 해제될 경우 상승 폭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지난 7월 5대 시중은행의 ‘햇살론17’ 연체율은 4.50~11.88%를 기록했다. 일반대출 연체율이 0.23%인 것과 비교하면 약 50배가 높았다. 햇살론17은 20% 이상 고금리 대출 이용이 불가피한 최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점에서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소상공인들의 대출만기가 연장되면서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연체관리나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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