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현 시대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 애니메이션이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외모 차별에 갇혀 꿈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 예지가 바르는 순간 예뻐진다는 ‘성형수’를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엽기적인 행각을 냉철한 시선과 독창적인 스토리로 전달한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이다. 오성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예지는 어린 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를 겪는 인물이다.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톱스타 미리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미리는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로 예지를 향해 대놓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게스트의 펑크로 미리가 출연하는 홈쇼핑 광고의 일회성 게스트가 된 예지는 자신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쏟는 인터넷 댓글을 접한 뒤 더 큰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 예지에게 어느 날 유혹이 가득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한다. 바르면 예뻐지는 ‘성형수’ 이벤트 당첨자가 됐다는 것이고 실제로 당첨 선물이 도착한다. 예지는 바르면 성형이 되는 기적의 물 ‘성형수’로 완벽한 미인이 된다. ‘페이스 오프’ 후 예지는 ‘설혜’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경멸이자 선망 대상이었던 미리보다도 아름다워진 설혜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신인 여배우로 활동하던 설혜는 어느 날 ‘짝사랑’ 상대였던 지훈을 다시 만나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함도 잠시, 설혜의 외모에 대한 욕망은 점점 광기로 변하게 된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

‘기기괴괴 성형수’는 외모에 대한 예지가 완벽한 미모를 갖고 자존감을 회복한 뒤에도 미(美)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외모 지상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예지가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와 차별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예지가 ‘설혜’로 다시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은 돌변한다. 과다한 친절과 배려, 길거리 캐스팅 등 외모로 인한 ‘특혜’를 누리게 된다. 연예계에 데뷔한 예지는 다이어트 식품 광고 모델이자 인플루언서가 된다. 이는 곧 임의적으로 매긴 ‘외모 등급’에 따라 인생도, 수입도 달라지는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현실에 등장할 법한 ‘꽃미녀’ ‘꽃미남’의 작화로 현실감을 더한다. 예지가 성형수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살이 녹고 피를 쏟는 등 끔찍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혐오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외모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조경훈 감독의 메시지가 강조된 장면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음침한 풍경이 ‘호러 애니메이션’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욕망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 예지와 주변 캐릭터들의 자기파괴적인 면모와 폭력성이 묻어난 대사가 공포 분위기를 형성한다. ‘1525’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이 애니메이션은 타깃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몰입을 더한다.

다만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설정과 폭력성이 혹자에게는 불편함을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종일관 같은 톤을 유지하며 전개되는 공포물이라는 점과 관객들이 생각하지 못한 ‘반전’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기존의 공포 애니메이션들과 다른 독특한 구성과 기이한 분위기 역시 긴 여운을 남긴다. 외모 지상주의 속 성형외과가 넘쳐나는 시대와 어울리는 시의적절한 애니메이션이다. 15세 관람가. 9월 9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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