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2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활용해 펀드 손실을 보장해 주는 것은 세금낭비란 비판과 함께 정부 내에서도 각기 다른 손실률 보장을 약속한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또한 이제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5년 장기투자를 전제로 한 인프라 펀드를 내놓는 것 역시 향후 펀드 운용과 수익률 확보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정부마다 정책 방향에 맞춘 펀드를 내놨지만 그 성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방안'을 통해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세제 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정부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의 3개 축으로 구성된 한국형 뉴딜펀드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오는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조성키로 한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모(母)펀드를 조성해 이 정책형 뉴딜펀드에 35% 가량 출자키로 했다. 나머지 65%는 민간투자자들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만약 이 정책형 뉴딜펀드가 투자손실을 보더라도 최대 35% 수준까지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한 모펀드가 손실을 떠안아 민간투자자에겐 투자 원금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발표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출자한 자금은 결국 국민들이 세금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뉴딜펀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원금보장 수준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당초 35%까지 펀드 손실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에서 기본 10% 수준으로 크게 물러섰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국형 뉴딜펀드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정부 재정이 (정책형 뉴딜펀드에) 평균 35%를 후순위 출자한다"며 "펀드 손실의 35%까지는 (정부 재정이) 이를 다 흡수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후적으로 (펀드) 원금이 보장되는 성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펀드의 원금이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과 홍 부총리의 발표 이후 금융위와 기재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책형 뉴딜펀드의 정부 손실 부담 비율은 기본 10%로 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정책금융기관과 협의해 추가 부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선 은 위원장과 홍 부총리가 펀드에 관해 예를 들어 설명하다가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뉴딜펀드 흥행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정책형 뉴딜펀드에 투자한 민간투자자의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정부 입장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들이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로 손실을 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 같은 원금보장 약속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펀드의 수익 보장과 원금 보전 약속을 금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55조에 따르면,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주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하는 행위 등은 금지돼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펀드의 투자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것은 그 손실 수준이 어느 정도이든 모두 위법"이라며 "지금 정부가 뉴딜펀드 민간투자자에 대한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뉴딜 인프라펀드의 긴 투자기간도 문제란 지적이다. 집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투자하는 인프라펀드를 추진할 경우, 향후 안정적인 운용과 수익률 보장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기간이 약 5~7년 가량 되는 공모 인프라펀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다.

앞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역시 각각 녹색성장펀드, 통일펀드 등 여러 정책 펀드들을 선보였지만, 이후 수익률 부진과 설정액 감소 등 저조한 성과를 보인 바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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