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출신 K리그 감독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최용수(49) 전 FC서울 감독에 이어 황선홍(52) 대전하나시티즌 감독도 스스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황선홍 감독은 6일 부천FC와 홈 경기(1-0 승) 직후 구단 측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구단은 "황 감독이 대전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의를 전했고, 구단과 긴밀한 상의 끝에 지휘봉을 내려놨다"고 8일 발표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8승 6무 4패 승점 30으로 K리그2(2부) 3위에 올라 있다. 선두인 제주 유나이티드(10승 5무 3패ㆍ승점 35)와는 승점 ‘5’ 차이다. 앞서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등에서 수장을 지낸 황 감독은 올해 대전 시티즌을 인수한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수장을 맡았지만, 예상보다 일찍 사령탑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는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힘써주신 구단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사임의 변을 전했다.

이로써 시즌 개막과 함께 4명에 달했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출신 감독들은 절반인 2명으로 줄었다. 지난 7월 30일에는 최용수 감독이 서울 구단 감독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FC서울은 최 감독 사퇴 시점인 13라운드까지 3승 1무 9패 승점 10으로 리그 11위에 처졌다. 그때까지 서울이 기록한 13경기 29실점은 K리그1(1부) 12개 구단 중 최다 실점이었다.

김남일(왼쪽) 성남FC 감독과 설기현 경남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부의 김남일(43) 성남FC 감독과 2부의 설기현(41) 경남FC 감독이 가까스로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출신 감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둘 다 ‘초보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김남일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때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핵심 자원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거친 압박과 태클로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거스 히딩크(74) 당시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2016년 현역에서 물러난 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축구 대표팀,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프로팀 감독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성남은 5승 6무 8패 승점 21로 1부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성남(17득점)은 승점이 강원FC(24득점), 광주FC(23득점)와 같지만, 다득점에서 뒤지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홈 첫 승도 개막 약 4개월 만인 5일 전북 현대전(2-0)에서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홈 팬 분들에게 정말 죄송했는데 이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지금의 순위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제 8경기 정도 남았는데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감독으로 감독 경력을 시작한 설기현 감독은 지난해 7월 성남에서 전력강화부장을 맡았고, 올해 경남에서 사령탑에 오르며 젊은 감독 대열에 들었다. 그가 이끄는 경남은 6승 8무 4패 승점 26으로 4위에 올라 있다. 5일 열린 1위 제주와 경기에서도 3-3으로 비기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드러냈다. 설 감독은 경기 뒤 “제주를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동점골을 넣었다.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승점 1을 딴 동시에 분위기를 가져오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짚었다. 그러나 2부 리그 중상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 감독의 지도력 역시 아직은 더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