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공식 기자회견 및 프리미어를 마쳤다. 한국영화로는 ‘밀정’ ‘그물’ 이후 4년 만의 유일한 초청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록 비경쟁 부문이지만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한국영화 관객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있다.

■ “행복하게 찍은 작품”..박훈정 감독, 외신 호평 세례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에 초청돼 지난 3일 프레스 상영 및 공식 기자회견, 9월 4일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했다.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으로 인해 주요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거나 취소되는 가운데 규모를 축소해 정식 개최를 강행했다. ‘낙원의 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영화제는 불참했으나 박훈정 감독은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현지 취재진을 만났다.

엘레나 폴라키 수석 프로그래머는 박훈정 감독이 각본을 맡은 ‘악마를 보았다’부터 최근작 ‘마녀’까지 필모그래피를 소개하며 “2017년 영화 ‘브이아이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초청하려 했지만 당시 월드 프리미어 일정이 맞이 않아 아쉽게 무산됐다. 그래서 더욱더 이번에 ‘낙원의 밤’을 초청할 수 있어서 상당히 영광이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박훈정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 ‘낙원의 밤’은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던 영화다. 좋은 배우들과 즐겁게, 대단히 행복하게 찍은 작품이다”라며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과 함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낙원의 밤’의 배경으로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제주도를 배경으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들 중 하나로 내륙과는 또 다른 특별한 분위기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삶의 끝에 몰려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여빈이 연기한 캐릭터 재연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남녀 성별을 떠나서 삶에 대한 애착이나 집착이 없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삶에 초연한 인물로 겁이 없는 캐릭터이다”라고 밝혔다.

영화 상영 후 해외 언론과 평단, 영화관계자들의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엘레나 폴라키 수석 프로그래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도 ‘낙원의 밤’ 프리미어 메인 상영관이 매진을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영화가 끝날 때엔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낙원의 밤’을 즐겼다”라고 했다.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는 “박훈정 감독의 피 튀기는 범죄 스릴러. 낮게 연주하다가 갑자기 볼륨을 크게 높이는 록밴드처럼 다이내믹한 역동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는 “스타일리시하고 예측불허한 범죄 드라마. 좋은 구성, 재미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흥미진진한 액션이 균형 있게 배열되어 있다”라고 호평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도 연이어 호평이 담긴 리뷰를 게재했다. 센티에리 셀바기(Sentieri Selvaggi)는 “‘낙원의 밤’을 구성하는 각각의 시퀀스는 빈틈이 없어 보인다. 특히 액션 신은 매우 긴장감 있고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아트리뷴(Artribune)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진중하게 그려내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스스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퀸란(Quinlan)은 “갱스터 무비와 멜로 드라마가 아이러니하지만 훌륭하게 조율된 작품. 한국 영화의 한계를 벗어난 액션 신과 운명에 맞선 캐릭터들의 저항이 돋보인다.”,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는 “갱스터 서사의 낭만화를 이룬 작품. 훌륭한 영화적 지식을 활용한 역동적인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 등으로 평가했다.

다만 영화의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다만 총격이나 칼싸움 장면까지 빨리감기해서 볼 가능성이 높은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라고 했다. 스크린데일리는 “대학살 장면까지 늘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 ‘피에타’ 이후 경쟁부문 수상작 無

올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오프라인 개최를 강행, 행사를 축소해 초청작 수를 줄였다. 자연스레 한국영화 역시 여느 해보다 조명을 받지 못했고 ‘낙원의 밤’ 외에는 초청작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더했다.

한국영화는 올해에도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지난 2013년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황금기를 맞고 이듬해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아카데미까지 휩쓸며 올해 상반기까지 최고의 성과를 거뒀기에 허탈함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 내년에는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아 낭보를 울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낙원의' 밤 포스터 및 스틸,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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