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영 정상화 위한 자구책...높은 수수료 수익성 악화 우려도
명문제약 조감도. /명문제약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명문제약이 자체 영업인력을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번 영업부 철수 작업은 명문제약 경영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명문제약은 최근 골프장 매각과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부실 요소 제거에 힘쓰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문제약은 CSO 영업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합병원, 도매 영업을 제외한 모든 영업인력을 없애고 판매대행 영업사원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CSO 체제는 제약사가 제품판매 영업을 CSO에 외주를 맡기고 판매된 제품의 처방전 개수만큼 CSO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간접영업 판매방식이다.

명문제약은 오는 10월부터 CSO 체제로 전환할 계획으로 퇴사하는 영업사원에 대해서는 3개월 분의 급여를 일괄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CSO 높은 수수료…수익성 개선에 도움 될까

명문제약의 영업 외주화는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인사적체 현상 개선을 통한 매출 상승이라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명문제약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비는 연 3150만원이었으며, 급여비 258억원을 포함한 판관비는 827억원이었다.

명문제약은 최근 CSO영업본부를 설립하고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CSO 전환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회사의 갑작스런 추진에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명문제약 영업직은 260여명으로 종합병원 담당자 60명을 제외한 나머지 클리닉·준종합병원 영업사원 200명은 퇴사 후 판매대행영업사원 형태로 회사 측과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른 제품별 평균 판매수수료는 40%대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명문제약의 CSO 전환이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위탁 영업으로 고정비는 줄겠지만 늘어나는 수수료와 CSO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의 CSO 전환 제약기업들은 3~5년 새 실적은 2배 가량 증가했지만 판매수수료는 매출액의 40~50%를 차지해 직원 임금 대체 효과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영업방식을 CSO로 전환한 한국유니온제약의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수수료가 400% 증가하며 판관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니온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억원, 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89.7%, 93.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47억원에서 513억원으로 줄었다.

CSO 체제 전환으로 지급수수료는 급증했다. 지난 2018년 18억원에서 지난해 49억원으로, 올해는 반기만에 7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CSO의 경우 수수료율이 높고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CSO 체제는 이를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명문제약이 영업인력을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 지속적인 적자…실물자산 매각·유상증자 단행

명문제약이 영업사원 직접 고용에서 CSO 체제로 바꾼 것은 적자 탈출을 위한 경비 절감 차원이기도 하다.

명문제약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113억원에서 2017년 81억원, 2018년 67억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에는 10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145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또 명문제약은 위탁 영업 결정에 앞서 만성 부채를 해결하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유형자산인 골프장을 처분하고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명문제약 자회사인 명문투자개발이 보유한 더반골프클럽 매각 대금은 500억원 정도다. 골프장은 2016년(-13억원), 2018년(-34억원), 2019년(-22억원)까지 순손실을 내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처분으로 풀이된다.

명문제약은 최근 305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마쳤다. 자금사용계획 1순위는 '차입금상환'으로 305억원 중 201억원은 차입금상환에 투입될 전망이다.

올 반기 말 기준 명문제약 단기차입금은 898억원이다. 총차입금(1012억원)의 89% 수준이다. 1년 내 갚아야할 차입금이 900억원에 육박한다.

한편 명문제약은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M&A 결렬로 제약업을 지속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가운데, 재무건전성 확보를 통해 제약·바이오 본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