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개 제약사 임상2상 승인…환자 모집 난항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현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곳은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등 6곳이다.

혈장치료제(GC5131A)를 개발하고 있는 GC녹십자는 지난달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회사 측은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국내 6개 병원에서 코로나19 증상 발현 7일 이내 환자를 모집 중이며, 조만간 투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GC녹십자의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 속에 포함된 다양한 유효 면역 항체를 추출·농축하는 고(高)면역 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공동 개발 중이며, 이르면 오는 10월 상업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는 지난 5월 'GC5131A' 개발에 성공할 경우 무상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업계 안팎으로부터 주목받았다. 또 수출이 가능할 경우 해외에는 유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혈장치료제는 수많은 회복기 환자의 채혈이 필요해 대량생산이 힘들다. 따라서 수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치료제는 공여자 1명당 약 1개가 나오는 개념인데, 개발이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혈액공여 독려와 협조 덕분"이라며 "지난 4일 기준 2634명이 공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 기존 약물 활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활발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도 눈에 띈다. 

'약물재창출'은 이미 사용되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다른 질병 치료제로 발굴하는 것이다. 안전성이 확보돼 있어 임상시험 등 개발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광약품은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업체 중 가장 빨리 2상에 진입한 곳이다. 지난 4월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클레부딘'의 장점은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와 같은 계열(뉴클레오사이드)이라 성공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먹는 약(경구용)이라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다. 정맥주사인 렘데시비르는 30분 이상 투약해야 한다.

종근당은 '나파모스타트'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앞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사람 폐세포에서 다양한 약물의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을 비교 분석해 '나파모스타트'가 가장 우수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실험에서 '렘데시비르'보다 600배 이상 효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항바이러스 활성을 확인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로 약물재창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13일 식약처로부터 2상을 승인받았으며, 9개 병원에서 18~65세 이상 경증 또는 중증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첫 환자 등록은 지난달 18일 이뤄졌다.

엔지켐생명과학은 5월12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C-18' 임상 2상 승인을 받고, 6월 중순경부터 대학병원별로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EC-18'은 글로벌 임상과 다수의 연구논문을 통해 코로나19 사망 1위 요인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제어한다고 입증했다. 이에 지난 7월 국내 제약·바이오사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4일 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로 2상을 시작했다. 오는 10월 내 의료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카모스타트는 최근 독일 괴팅겐 라이프니츠 영장류 연구소가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효과를 게재해 주목받았다. 논문에는 이 약물이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에 필요한 프로테아제(TMPRSS2)의 활성을 억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도 사람 폐세포에서 카모스타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억제 효능을 평가했고, 대조군으로 사용된 렘데시비르보다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했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 연구원. /GC녹십자 제공

◆ 셀트리온, 임상 1상 종료 임박…2·3상 동시 신청

셀트리온은 건강한 사람 32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CT-P59)의 1차 투여를 지난달 마쳤다. 같은 달 25일에는 국내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고, 현재 환자 모집 중에 있다. 또한 영국에서도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1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CT-P59 2상과 3상 임상시험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상태다. 식약처의 승인이 떨어지면 빠른 속도로 임상을 진행해 연말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식약처에서 (CT-P59) 임상 2상과 3상을 심사하고 있다"며 "이달 중에는 상업용 항체 치료제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이달 상업용 CT-P59의 대량생산과 함께 임상 2상과 3상 진입을 바란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식약처가 개최한 '2020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2상에서 탁월한 효능·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이라며 "늦어도 내년 5월 임상 3상이 끝날 것으로 보고, 국내 필요 수량만큼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이달부터 선행적으로 대규모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환자 수급 난항, 해결될까

문제는 대부분 업체들이 임상에 필요한 환자를 수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까지 2상을 끝낸 곳은 전무하다. 

취재 결과 임상 2상 환자가 단 1명이라도 등록된 곳은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치료제 개발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식약처로부터 2상을 승인받은 업체들의 목표 환자가 대부분 60~10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근당은 2상 승인 후 약 3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모집 환자 100명 중 1명도 등록하지 못했다. 대웅제약도 임상기관 4곳에서 90명을 모집하고 있지만, 첫 환자 등록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이전보다 환자 수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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