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웨이 대신할 반도체 수요 찾아 거래처 확대 나설 듯
연관 제품 중국내 불매운동 불똥 튈수도... 모바일 사업에 직격탄
MWC상하이 화웨이 전시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미·중 무역갈등의 일환으로 미국이 중국의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을 막아서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15일부터 화웨이 계열사 38곳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미국의 장비와 기술을 사용해왔던 만큼 이번 제재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의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화웨이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화웨이 퇴출’을 선언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로 금액만 약 7조 원에 달하고, SK하이닉스는 화웨이 관련 매출액이 전체의 10%가 넘는 약 3조 원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소식에 반도체 가격은 오름세를 보여왔다. 화웨이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중단을 우려해 재고 확보 차원에서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상승했던 것으로 보인다. D램(DDR4 8Gb) 현물가격은 지난 주(8월 31일~9월 4일) 동안 8.5% 상승했다.

다만 D램 현물가격은 컴퓨터에 한정돼 있는 만큼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는 화웨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PC용 메모리의 경우 전체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은 향후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유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모바일 사업에 지장을 받더라도 결국 스마트폰 수요는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중국 업체인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의 기업들이 판매 확대에 나설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화웨이 제재에 따른 대안으로 미국의 승인 심사를 비롯해 다른 거래처 확보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중국 최대 플래그십 매장에서 한 고객이 갤럭시 폴드를 사고 난 뒤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가 주력인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CIS),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5G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제때 공급이 어려워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 중국도 미국의 제재에 맞서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국 IT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매출의 20%가량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양국의 대립이 심화되면 최근 폴더블폰 등으로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화웨이가 글로벌 점유율 1위인 5G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7조9000억원(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에 이어 영국·캐나다·호주·인도 등이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화웨이의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당장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나 다른 수요를 찾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며 “그러나 화웨이가 퇴출 수준으로까지 간다면 분명 일정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다른 거래처를 찾아 확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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