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준희 기자] 며칠 전 외출할 일이 있어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습관적으로 마스크 착용 상태를 가다듬던 도중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마스크 끈이 끊어졌다.

순간 ‘아차’ 싶었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여분도 챙기지 못했다. ‘어쩌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불안은 이내 금방 가라앉았다. 예전과 달리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져 인근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된 이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마스크 공황상태’에 빠졌었다. 뚜렷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보호막은 마스크뿐이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그 전까지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는 품귀현상과 함께 개당 몇 천원 꼴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핵심은 ‘공급’이었다.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하며 유통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도적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초반만 해도 새벽부터 줄을 서야 겨우 구매가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요일별로 주민등록번호 끝자리에 맞춰 구매하는 ‘5부제’와 1인당 구매량 제한이 차례로 해제됐고 지난 7월을 끝으로 공적 마스크 제도는 완전히 폐지됐다. 우리는 이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구하기 어려우니 미리 사야겠다’는 생각은 대부분 사라졌다.

문득 최근 부동산 상황과 당시 ‘마스크 대란’ 현상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집값은 1호당 평균 5억3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34%) 상승해 7억1000만원이 됐다.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월세 물량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3040세대 사이에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거란 불안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 집을 구매하는 이른바 ‘패닉바잉’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정부는 해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가격이 급속도로 오를 땐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리를 말이다.

그러나 마스크와 달리 부동산에 있어선 공급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 보인다. 전날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내년 사전청약 대상지에선 서울 노원구 태릉 CC와 용산 캠프킴, 정부과천청사 일대 등이 모두 제외됐다. 지난달 4일 발표한 공급대책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는 총 1만7000호가량 건설이 예정돼 있었다.

대책 발표 당시 주요 공급방안으로 언급했던 공공재건축·재개발도 반향이 시원찮다. 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은 그나마 몇몇 곳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개발이익 일부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공공재건축의 경우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사업장이 없다. 당초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호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정부가 상반기 마스크 대란을 수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재기 등 불법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면서도 업체 지원을 통한 공급량 늘리기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투기와 전쟁’이라는 명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본적인 시장원리는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돼있다.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해결한 것처럼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도 기본에 충실한 대처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준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