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른 적응증 탐색·병용요법 연구·파트너링 체결 등
한미약품 사옥.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지난 2015년 11월 5일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 이전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를 반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당뇨치료제가 아닌 다른 적응증 탐색 및 병용요법 연구, 새로운 파트너링 체결 등 새로운 기회 모색에 나선다.

지난 5월 사노피는 권리반환 의향을 공식발표했다. 이에 양사는 120여 일간 협의를 했으며 최종 결론을 내렸다.

◆ 또 다른 기회 모색…새로운 혁신 기대

이날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치료제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노피는 지난 5월 에페글레나타이드 반환 의사를 한미약품에 통보한데 이어 8일(현지 시각) 이를 확정하고 각 임상 사이트에 통지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30여 개국 300여개 임상센터에서 6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왔다.

한미약품은 이번 결정에 대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노피의 주요 사업전략 변경에 따른 개발 중단 결정과 더불어,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의료체계가 흔들려 수천명 대상 동시다발적 임상을 기한 내 진행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 또한 이번 최종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가 진행하던 5건의 임상3상 자료를 모두 넘겨받고, 그 중 오는 10월 완료되는 1건은 한미약품이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리반환 후에도 한미약품이 수령한 계약금 2억유로(약 2643억원)은 반환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다른 적응증 탐색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 발상의 전환…위기가 ‘기회’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것을 포함해, 다른 적응증 탐색,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들과의 병용 연구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치료제로의 개발은 중단되지만 한미약품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얀센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당뇨치료제로 개발하던 한미약품의 ‘LAPSGLP/GCG듀얼 아고니스트’가 최근 새 파트너사 MSD에 라이선스 아웃돼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치료제라는 신규 적응증으로 개발되는 혁신 사례가 있기도 하다.

5년 전 한미약품은 얀센에 듀얼 아고니스트를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로 기술수출했다. 당뇨병 환자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도와주는 약물로 수출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얀센이 임상 2상시험에서 건강한 비만 환자군과 당뇨가 있는 비만 환자군으로 나눠 듀얼 아고니스트를 투여한 결과, 체중 감소 효과는 뚜렷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얀센은 지난해 7월 1억5000만달러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한미약품에 신약 후보 물질의 개발 권리를 반환했다.

하지만 기술 반환 후 한미약품은 듀얼 아고니스트에 대한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후속 적응증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

그 결과 비만·당뇨병 치료가 아니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내놓게 됐고 이를 MSD 측이 주목하면서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약물 재창출 방식(기존 약물의 적응증을 확대한 것)을 택한 게 기회가 됐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000만달러(약 119억원)와 함께 개발 단계별로 최대 8억6000만달러(약 1조272억원)를 받게 됐다. 제품이 출시되면 판매에 따른 일정 비율의 로열티도 받는다.

당시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비만당뇨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NASH를 포함한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의 확대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신약개발 영역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패가 ‘새로운 혁신을 창출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R&D 투자에 힘쓰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R&D에 1021억원을 투입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규모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19.2%에 달한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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