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종규 KB금융회장·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
셀프 연임 등 금융사 회장 장기집권 체제 구축에 비판 목소리도 커져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당장 오는 1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어 11월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과 4월엔 각각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등 시중 주요은행의 행장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초 사이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씨티은행, Sh수협은행, DGB대구은행, SC제일은행, 카카오뱅크 등 여러 은행의 행장도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이들의 연임 가능성, 혹은 새 얼굴의 등장 여부에 벌써부터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인사의 경우 그간의 경영성과가 부각되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셀프 연임이란 비판과 함께 앞선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일부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차기 회장, 혹은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만큼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9월과 11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각 사

산업은행·KB금융에 쏠린 눈, 이동걸·윤종규 회장 연임?

오는 1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동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두고도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하마평 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경제 회복에 역할이 큰 국책은행의 수장 자리를 비워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여전히 남아있는 산업은행의 숙제를 풀 적임자란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수차례 연임에 대한 뜻이 없음을 밝힌 만큼, 새로운 인물이 산업은행의 키를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미 임기 만료가 임박한 만큼, 당장은 성주영 수석부행장이 행장 직무를 대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에 이어 현재 업계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키는 곳은 바로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이미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KB금융 지난 달 12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준칙’을 의결했으며, 같은 달 28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숏리스트 4인을 확정했다. 숏리스트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16일 숏리스트에 오른 4인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 회추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미 2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는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른 3인의 후보 역시 정통 은행맨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윤 회장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여러 M&A(인수합병)를 통해 KB금융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여타 금융사에 비해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다수의 금융사고를 잘 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를 부담요소다.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의 앞선 인수합병이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싼 가격으로 무리하게 이뤄졌으며,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성과강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회장의 셀프연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뜻 없어…후계자 양성에 주력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 역시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의 성장을 이끌며 이미 3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앞서 자신의 연임보다 차기 후계자를 육성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바 있어 새로운 인물의 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앞서 올해 초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DLF와 라임 사태를 피하지 못했으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은 그룹 이사회와 주주들의 우호적인 평가에 힘입어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 이후 신한금융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견인하며 국내 1등 금융사 도약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회장 역시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우리금융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광수 회장은 이미 1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2번 연속 수장자리를 지킨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각각 내년 3월과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연합뉴스

금융사 회장 장기집권에 비판 목소리 커져...정부·정치권 "금융사 셀프연임 막겠다"

한편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들이 연달아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금융사마다 이어지는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두고 '셀프 연임'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인사가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면서 자기 사람에게만 그룹 계열사의 주요 요직을 맡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선 금융사 CEO의 '셀프 연임'을 제한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치권 역시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지주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왜 이런 얘기가 회자되고 있느냐"며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한정 의원은 현재 시중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과거 재벌 체제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책임은 안지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민국 재벌체제의 결정적인 문제점이 소수 지분과 인사권 등을 가지고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점"이라며 "지금 거대 금융지주 그룹도 (재벌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연임 문제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위의 개정안이) 금융 관행과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개선 효과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년이지만 연임돼서 그렇다. 셀프연임 부분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해 적절한 민간 인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금융지주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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